꼬물꼬물 앙증맞은 발가락 , 손가락들을 확인하고, 쭈글쭈글한 너의 얼굴과 처음 마주한 순간, 경이로움 그 자체였단다.
내 사랑스런 못난이! 어여쁜 강아지!
젖을 찾아 헤매는 아기 강아지처럼 낑낑대며 살을 부비는 동그란 뒷통수가 사무치도록 그립구나.
동그랗게 입을 오므리고 궁금해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 그렇게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환한 함박웃음을 지었지. 내 마음속에는 까만 밤하늘을 수놓듯 펑! 하고 폭죽이 터지고, 뭉게구름은 스마일 얼굴을 그리며, 새벽 하늘엔 태양이 솟아올랐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기도드렸지. 흔히 권력이나 재물로 지위를 얻는다 말하지만, 엄마는 너를 통해 초고속 신분상승을 했지. 자녀가 있는 기혼자, 한 아이의 어머니, 학부모, 보호자라는 명칭으로 나의 지위는 그렇게 바뀌었어.
마치 어제 같아!
2리터 생수통만 했던 몸이 두 배 세 배로 커가고, 포동포동한 팔다리로 비행기 자세를 취하고, 온 힘을 다해 3등신 작은 몸을 뒤집고 엉금엉금 기어와 안아달라 손짓하던 순간들. 첫 걸음마! 처음 '엄마!' 하고 나를 불러주던 그 목소리. 자기 몸 보다 더 큰 가방을 매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인사 할 때. 너무도 그리워 자꾸 꺼내보고 싶은 나만의 영화 속 명장면들 이야.
어느 날이었을까. 앞니 빠진 귀여운 얼굴로 엄마 아빠 결혼사진을 보며 "나는 어디있어?" 하고 묻던 너의 모습. 맞다, 그때까지는 둘이었지만 이제는 너로 인해 셋이 되었는데, 네 마음이 얼마나 서운했을까 싶었지. 우리 가족사진 속 가장 선명한 색깔로,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의 하나뿐인 아들.
너는 나에게 '엄마'라는 이름의 크고 넓은 세상 아니 온 우주를 열어주었는데, 나는 이따금 내 어깨에 큰 짐을 이고 있는것 처럼 버겁고 힘들기도 했단다. 마치 출구 없는 깊은 터널에 갇힌 듯 막막해서, 하느님을 향해 소리치며 원망했단다. 그렇게 슬픔과 상념에 잠겨 홀로 울고 있던 나에게 다가와 너의 작은 두 팔로 꼬옥 안아주며 눈물을 닦아주던 그 날을 엄마는 평생 잊지 못할 거야. 너를 키우는 두려움과 막막함에 사로잡혀 끼니를 챙겨주지도 못하고 정신줄을 놓고 있을때, 너는 혼자서 설익은 밥을 그 작은 손으로 꾹꾹 집어 입에 욱여 넣고 있었지. 밥풀이 묻은 얼굴에 너의 콩알 만 한 까만 눈동자가 나를 위로해 주었단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어. 살아 숨 쉬고, 건강하게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데. 그저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걸어가는 것뿐인데... 근심에 혼자서 취해 그 당연한 감사함을 잊고 있었더라.
네가 엄마에게 와준 후, 깊은 좌절과 후회, 슬픔 속에 빠지기도 했지만, 광야에 홀로 선 나에게 하느님은 빛을 비춰 길을 인도해 주신거 같아. 너를 통해 가장 큰 기쁨과 넘쳐 흐르는 행복감, 그리고 진정한 성숙함을 선물하셨단다. 만약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엄마는 아마 아직도 개울가에서 물장구치는 어린아이처럼 그저 그렇게 머물러 있었을지도 몰라. 현재의 소중함과 삶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해 주신 하느님께 깊이 감사한단다. 너의 위로는 심연에 곪아 터진 내 상처를 아물게 해주는 약 같은거였어. 이제는 앞으로 마주할 일들이 예전처럼 그렇게 두렵게 느껴지지 않아.
어느새 너는 엄마 키보다 훌쩍 커버렸더구나. 네 키가 자란 만큼, 엄마도 함께 성장한 것 같아.
이제 그 깊은 터널에서 벗어나, 너와의 사소한 대화에 웃음을 지으며 하느님이 주신 안전한 배에서 항해하고 싶어.
아들아, 나도 '엄마'는 처음이라 많이 부족했고 서툴렀어. 미안한 순간들도 많았을 거야. 그럼에도 엄마는 네가 두근거리는 행복한 꿈을 꾸며 살아가기를 바란단다. 네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기를 응원할게.
그리고 네가 먼 훗날 엄마 나이가 되었을 때 '우리 엄마, 참 다정한 사람이었지' 하고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2025년 5월 31일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며 사랑하는 너의 엄마가
PS.
내 고단함을 아이를 통해 다스려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내 혀와 몸짓이 아이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게 도와주소서. 그 어떤 대상하고도 내 아이를 견주어 비교하지 말게 하시고 그 자체로 반짝 빛나는 별이 되게 도와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