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클라우드호

라면맛집

by 레오

​멀리 우리가 타고 갈 '실버클라우드호'가 위용을 드러냈습니다. 선적을 기다리는 차량들이 마치 개미떼처럼 길게 줄지어 서 있는 진풍경이었습니다. 만선이라 차량이 정말 많았습니다. 제주도로 향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가 싶어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차를 선적하는 데만 약 30분이 소요된 듯합니다.

​대합실 풍경도 흥미로웠습니다. 이 배의 특별한 점은 바로 '애완견석(펫룸)'이 따로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커다란 골든 리트리버부터 귀여운 시추까지, 강아지 승객들까지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아지들도 여행의 설렘을 느끼고 있을까요? 꼬리를 흔들며 주인을 따라 배에 오르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마치 "야호! 신난다! 나 제주도 간다!"라고 외치듯 귀여운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웠습니다.

​배의 객실은 펫룸, 침대칸, 의자로 된 2등실, 그리고 바닥에 앉아 갈 수 있는 가장 저렴한 3등실까지 종류가 다양했습니다. 우리는 마지막에 남은 가장 싼 3등실에 몸을 실었습니다. 창문이 없는 방이었는데, 처음엔 숨 막힐 듯 답답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모두 눕자마자 30분 정도 깊은 잠에 빠져버렸습니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몸이 너무나 개운했습니다. 문득 원효대사의 해골물처럼, 잠자리가 어디든 그것은 마음에 달렸음을 깨달았습니다. 제주에서 완도로 돌아올 때는 2등 의자칸을 이용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차라리 몸을 맘껏 누일 수 있는 3등실이 훨씬 좋았습니다. 마치 타이타닉호에서처럼, 객실 타입이 계급을 나타내듯 저렴한 곳으로 갈수록 사람도 많고 비좁았지만, 나름 그런 체험 또한 여행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자다가 일어나 간식도 먹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는 등 우리 나름대로의 낭만을 즐긴 것 같습니다.

​배가 출항을 알리자, 매점에서 파는 라면 기계로 끓인 라면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그게 뭐라고 줄이 저렇게 긴가" 하며 돌아섰는데, 매점의 위치가 오션뷰가 아니겠습니까!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라면 한 그릇, 이것 또한 특별한 낭만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날은 배가 불러 먹지 못했지만, 육지로 돌아오는 배에서는 가장 먼저 줄을 서서 그 라면을 맛보았습니다. 여행이 끝난 지금, 손에 꼽는 최고의 '맛집'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잊을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심지어 배 안에는 **벅스 커피도 팔고 있었는데, 줄이 너무 길어 마시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제부터 커피를 이렇게 좋아했는지, 배 안에서 저렇게 장사가 잘 되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는 저 브랜드가 우리나라 회사가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 한쪽이 조금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멀리 우리의 목적지인 제주항이 보였습니다. 배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은 수줍은 듯 얼굴은 보여줍니다. 내일은 맑은 날씨를 기대하며 제주 땅을 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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