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재해변과 비양도

수우동

by 레오

제주도는 그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변덕스러운 날씨로 유명합니다.

일주일 중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평균 나흘, 맑은 날이 사흘 정도로, 3박 4일 여행 중 맑은 날씨를 계속 볼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아침에 맑다가도 오후에 비가 내리기도 하는 예측 불가능한 날씨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다행히 맑은 날을 많이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도 그 나름의 매력을 발산하는 장소를 꼽자면, 저는 협재해변과 김녕해변 두 곳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첫 여행지로 찾은 협재해변은 시시각각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노을이 지는 저녁에는 더욱 멋진 모습입니다. 10월의 물때는 오전에 만조이고, 오후 3시경에 간조를 맞습니다. 물이 차 있을 때도, 빠져 있을 때도 각기 다른 멋진 풍경을 선사합니다.

멀리 보이는 비양도는 마치 우리를 향해 미소 짓는 듯합니다. 몇 년 전 비양도 정상까지 트래킹을 했을때, 동쪽에 위치한 우도와는 달리 한적하면서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섬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비양도가 있기에 협재해변이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것일 겁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민이 뽑은 '맛집' 1위는 버거킹이라는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관광객들은 여전히 갈치조림, 전복죽, 고등어회 등 각종 해산물을 찾아 인터넷과 유튜브를 헤매고 있습니다.

​제주에 오래 거주한 한 유튜버는 "진짜 맛집은 사실 서울 강남에 몰려있다"고 전제하며 제주 식당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저는 제주를 방문할 때마다 '수우동'이라는 우동집을 찾습니다. 이곳에서 우동 한 그릇을 먹기 위해서는 아침 7시경 현장 예약을 하거나, 전날 식당 예약사이트를 통해 예약금을 걸어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합니다.

​우동의 맛은 물론 훌륭하지만, 사실 그 정도 수준의 맛은 서울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 고생을 하면서까지 이곳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답은 바로 '맛있는 우동'과 '압도적인 뷰(View)'를 동시에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협재 해변의 멋진 경치는 우동과 돈가스의 맛을 200% 증폭시킵니다.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 고단함은 이 순간 완전히 사라집니다.

​결국 이곳을 찾는 행위는 단순히 '맛있는 우동' 한 그릇을 넘어섭니다. 제주 협재 해변에 와야만 경험할 수 있는 '맛과 멋의 결합', 바로 그 독특한 경험과 분위기를 소비하는 것입니다. 제주에서의 '맛집'이란, 음식의 절대적 맛뿐만 아니라 그 공간이 주는 특별함까지 포함하는 개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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