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말이 무신거우꽈?
서귀포는 정말 아열대 지방의 매력을 지닌 듯합니다. 10월인데도 한낮 기온이 29도에 달하고, 드넓은 바다에서는 여전히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서귀포에서 바다 수영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사람도 적고 수온도 적당한 9월입니다.
하늘은 더없이 높고 깨끗하며, 오염되지 않은 바다는 청정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느낌은 10월의 표선해수욕장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주도 손꼽히는 명소인 해비치 호텔의 아름다운 수영장이 표선 바다와 완벽한 콜라보를 이루어 한 폭의 그림처럼 예쁘게 보였습니다.
다만, 표선해수욕장은 제주 국제공항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해 있어 짧은 여행 기간에는 방문하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힘들게 표선까지 방문하면, 그곳에는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루는 '표선 칼국수'라는 유명 맛집이 있습니다. 기온이 29도에 달하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칼국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의 모습은 진풍경이었습니다.
저는 여행에서 대기하는 시간 때문에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맛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굳건히 대기를 선택했고, 그 끈기 덕분에 특별한 식사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단연 보말 칼국수와 보말죽입니다. '보말'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아주 작은 바다 고둥이었습니다. 이 작은 보말들을 손으로 일일이 까서 내장을 분리하고 곱게 갈아 국물을 내는 정성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만든 깊은 육수에 보말 살과 매생이를 넣어 칼국수나 죽을 끓여냅니다.
한 입 떠먹는 순간, 제주 바다의 진한 향이 입안 가득 훅 밀려들어 옵니다. 이 신선하고 깊은 바다의 내음은 서울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제주에서만 허락된 맛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음식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 칼국수를 먹으며 감탄과 동시에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이 작은 보말들을 수많은 그릇에 담아내기 위해 주방에서 얼마나 많은 노고가 있었을까, 그 보말을 까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투여되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보말은 깊은 바다가 아닌, 해안가의 바위틈에서도 쉽게 자랍니다. 과거, 해녀 어머니들이 귀한 전복이나 문어를 따러 먼바다로 나간 사이, 아이들은 해안가에서 보말을 땄을 겁니다. 전복과 문어는 팔아야 했기에, 그날 저녁 가족의 단백질과 미네랄을 채워주던 것은 바로 이 보말이었습니다. 보말을 삶아 해초를 넣고 끓인 소박한 국.
보말 칼국수를 먹는 순간, 척박했지만 서로를 보듬고 살았던 제주 어촌의 소박하고 끈질긴 삶의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습니다.
맛있는 한 끼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매일 보말을 손질하고 주방을 지키는 식당 종사자님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보말 까시느라 폭삭 속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