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직장에 못 다녀

퇴사 한달째 고용보험 상실 좀

by 김까치

나는 직장에 오래 다니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구직을 하고 취업을 다니다가 또 구직을 하는 루프는 계속 내가 인생에서 타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날 이런 상황이 왜 계속 반복되는 지 너무 궁금했고, 그래서 내 고용보험 이력내역서를 봤다. 아뿔싸. 너무 많은 회사에 고용보험이 취득되었다가 상실되었다. 한마디로 말해 지저분한 이력의 소유자가 되어있단 뜻이었다.


이력을 보면 일주일을 일한 곳도, 이주일 일한 곳도, 한달을 일한 곳도 있었고, 4개월, 2개월, 6개월 등 다양했다. 하지만 그러한 이력 속에 이렇다 이어질만한 것이 없었다. 언제나 커리어라고 하는 것은 박살이 나있었고, 다음에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 지를 늘 고민했던 것 같다. 엄마도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어딜 가든 이번엔 좀 오래 다녀. 아, 이번에는 좀 들어가서 다녀서 엄마 기운 났었는데.”그 말을 듣고 내 기가 팍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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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받은 나는 나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왜 직장에 이토록 오래 다니지를 못하는 가? 자아가 강해서인가? 하긴 자아가 강하기는 하다. 누가 뭐라 하면, 지금보다 아주 옛날에는 듣기 싫은 말을 하면 재빨리 화장실로 가서 수도꼭지 켜서 안 듣거나 이런 방식을 취했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부모님의 말에, 공부를 잘하는 사촌과의 비교에 대해 나는 이런 식으로 응대했다.


“걔는 걔고, 나는 나지. 내가 왜 걔를 따라가야되는데? 걔가 뭔데? ”


이렇게 말했다가 엄마한테 혼이 났다. 그래서 또 생각하게 됐다. 직장이 원래 안맞는것인가? 근데 돌이켜 돌아보면, 직장이란 것은 누구에게나 다 안맞는 것 같다. 돈이라는 것에 묶여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참새와 같은 노동자의 삶 속에 경영주는 오로지 그것을 지켜보기만 하니까. 하지만 경영주는 이렇게 짧게 다니는 사람에 대해 이렇게 평할지도 모르겠다.


‘좀 오래 다니지. 끈기가 없이 말이야. ’


근데 끈기를 가지려거든 끈기를 가질만한 환경이 되고서나 말하는지 모르겠네. 그런 환경도 아니면서 공백기니, 끈기 타령을 하는 것을 보면 지가 썩은 환경에서 맴돌면 아마 알지 않을까 싶다. 이런게 자아가 강한게 아닐는지. 그리고 나는 애초에 어느 직장에 들어가든 오래 다닌다는 가정을 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그 직장에 머무를수록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 직장 말고 다른 직장의 대안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트에 가보면 답이 너무 나온다. 1+1이라는 상품도 계속 나오고, 신상품이 계속 매일, 매주, 매달 나온다. 그런 것을 보면 일자리도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자꾸 자기네 직장만 최고라고 하는 것이 세뇌교육의 일종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그 주술과 같은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계속 구인광고를 서치하게 되었다. 그 구인광고를 서치하게 된 이유는 아르바이트를 3군데나 한 적이 있었는데 구인광고에서 계속 보다보니까 기회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이 안되다보니, 다니면서 2배의 에너지가 들었고 이 2배의 에너지는 일을 하면서 분산이 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생산성이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와서 생각을 해보면, 지금도 내 나이에 있는 사람은 뭐 최소 대리나 과장쯤 되었수 있을 것 같은데 나도 가만히 있어서 밀어낼 걸 그랬나? 생각이 들지만 나는 또 왜 굳이 그래야돼? 그 썩은 직장에 머물러서 뭐할건데? 너나 오래 있어. 난 자유주의할래. 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 자리가 그렇게 부럽게 여겨지지도 않는다.


돈이 많다고 해서 사람이 행복해보이지도 않을뿐더러 돈이 없다고 해서 사람이 이상한것도 아닌 것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돈을 갖고 잇다고 해서 언제나 교양을 갖고 점잖은 떠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 직장에 못다니는 일종의 저생산성 인물이지만 나보다 더 벌레같은 경영주나 부자인간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인간을 보며 위안을 갖고 산다.


정말 이상한 것은 지들도 완수를 못한 프로젝트가 100% 있을 텐데 그건 다 숨기면서 채찍질을 하면서 열심히 일을 하라는 것이다. 그게 얼마나 모순적인 것인지. 그러니까 그게 다 경영성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들이나 인간이 되고서나 얘기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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