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에서의 기억.
나는 쿠팡과 인연이 깊다. 쿠팡, 쿠팡이츠 하도급 콜센터에서 일했고, 쿠팡 본사 계약직으로 8일간 근무한 적이 있으며, 쿠팡풀필먼트 일용직 및 계약직으로 아주 짧게 몸을 담은 적이 있다. 이때 입고, 출고, ICQA, HUB를 다 경험해보았다. 어디에 가든 다 힘들었는데 잊지 못할 경험은 두 가지 정도이다. 쿠팡 물류센터는 서울에 산다면 어느센터든 갈 수 있는 버스노선이 마련되어 있는 데 하루는 모험을 한다고 생각하며 평상시 가던 곳과 다른 곳을 갔었다. 근데 그게 문제였다. 그곳은 인센티브까지 챙겨주는 곳이었는 데, 왜 내가 여름날에 가서 그 개고생을 하겠다고 한 것인지 도착하고나서야 알았다.
쿠팡 물류센터는 일용직이 도착한다고 해서 반기는 곳이 아니라 일용직이 알아서 일을 구해야하는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그때 자리 배치를 위해 나섰다가 지옥의 쿠팡물류센터를 맡보게 되었다. 내 담당이 뭐였는 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관리자는 여자인 내가 본인이 담당하는 곳으로 가자, 매우 싫어했다. 그는 일에 쩌들어 있었다.
“저기 가서, 일을 해요.”
가서 일을 시작했고, 제분소 같이 생긴 곳에서 물건이 계속 내려왔다. 그때, 나는 쉼없이 일을 했고 일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자 나를 또 다른 곳으로 데려가서 일을 시켰다. 택배 물류비를 맞은 적은 처음이었다. 택배를 치우고 또 치우고 뭘 해도 계속 쏟아지는 택배비 속에 나는 녹초가 되어있었다. 반면, 관리자는 처음 볼때와 다른 얼굴로 미소까지 지으면서 나에게 그런 말을 하였다.
“다음에 오면, 다른 곳 가면 안돼! 여기로 꼭 와야돼! 알겠죠! ”
그 말에 나는 삼십육계중행랑을 쳐서 다신 그 근처에 안가게 되었다. 그리고 센터를 옮겼다. 하지만 그 옮긴 센터도 가관이었던 점은 가벼운 물건보다 액체나 세제 등 무거운 물건이 유독 많은 센터였던 점이었다. 나는 자키라고 하는 것을 다루는 경험이 없었고, 잘 몰랐지만 일을 열심히 했다. 실제 거기에 다니면서 거기에 오래 다닌 분들이 나의 일을 도와주시기도 했다. 그때 나는 자키의 사용법을 처음 알게 되었다. 내가 자키를 다 배운 어느날 어느날 2명의 여성분이 새로 왔다. 그 여성분들은 전동자키를 가르쳐주고 관대하게 구는 반면 나에게는 계속 일을 시켰다. 그것을 보면서 나는 불합리함을 느꼈다.
‘야. 나도 여자인데 왜 쟤네는 편한 거 시키고 나는 이것만 해야되는거야?’
하지만 나보고 계속 일을 하라는 식으로 굴었다. 그래서 이 센터도 아니구나 싶어서 센터를 옮기게 되었다. 그 외에도 나는 무슨 일을 하든간에 모든 쉽게 지나간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계속 힘든 일만 하게 되었고, 내가 처음 지도검수 업무를 다른 회사에서 했을 때 그때도 그 업무만 한 것이 아니라 또 소속 팀이 다르게 바뀌어 또 새로운 일을 하였다. 나는 꾀도 못부리는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그때 처음 내자신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시킨 일에 대해서 요리조리 뱀처럼 잘 빠져나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일단 시키면 묵묵히 하는 스타일이긴 하다는 것을. 하지만 어느순간 내가 힘들어지면 번아웃이 남보다 빠르게 오기 때문에 도망간다는 것을.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제는 어느정도 완급조절이 가능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 그 일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제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쿠팡이 주었던 자유로움, 거기서 일했던 성취감 혹은 시스템에 대한 이해는 빠르게 체화되었고 다른 곳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누군가에게는 악덕의 기업이고, 누군가는 최악의 기업이라고 불리는 기업이긴 하다. 하지만 그곳이 있었기에 나는 조금은 자유로울 수가 있었다. 공백기라는 것에 얽매일 수 없는 곳이었기에 너무 자유로움을 느꼈기도 했다. 그과정에서 일이라고 하는 것이 기간을 잡아 하는 것도 있고 오래 버티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 사람의 성향에 따라 짧게 치고 프로젝트성으로 온정성을 다해야 최적의 성과를 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나는 그래서 그곳을 감사하게 여긴다. 물론 욕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쿠팡에서 힘든 노동을 끝마치고 먹었던 점심식사는 내가 고시원에 머물면서 한끼식사조차 제대로 만들어먹기 힘들었던 시절에 먹었던 영양식같은 것이었다. 가끔 용돈이 떨어져 갈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번호가 바뀌어서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쿠팡이 사라지는 것, 쿠팡을 미워하는 것은 어쩌면 쿠팡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고 그러한 애정은 결국 로봇이나 AI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쿠팡이 회복되길 바란다고 묻는다면 천만에. 단, 독과점의 시대가 아니라 때론 A냐 B냐의 양비론에서 C인 선택지가 지금에선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