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그녀는 조선시대로 치면, 양반집 규수와 같았고 나름대로 용기가 있었던 여자였다. 그녀는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었기에 나또한 용기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나는 사학과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나서 길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부모님은 3년 동안 내가 공무원 시험에 준비하지 않겠다고 말한 나의 뜻을 무시한채 강요하셨고, 나는 억지로 공무원 시험에 들어가있는 상태로 살고 있었다. 초반에 어떻게든 나의 뜻을 유지한 채로 등에 봇짐을 인 채로 빨리 걷기만 하면 적어도 어딘가에 닿겠지, 고개를 들려 올려본 하늘이 푸른 색인 것처럼 그 푸른 색의 하늘을 바라볼 날이 평범하게 많겠지라고 생각한 것은 내가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넘자마자 다 사라져버렸다.
대학을 졸업하고난 다음에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채용절차 대학순위표에 따르면 저 밑바닥에 해당하는 등급으로 지방사립대 출신이었고, 취업을 하지 못한 연월이 어쩌면 평가표처럼 매겨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이비에게 전도당할 뻔 하다가 겨우 다른 친구의 도움으로 입문직전 탈출한 전적이 있었기에 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라는 신분과 부모님의 울타리, 나를 아끼고 사랑했던 친구들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뭐랄까. 보석함을 열어서 루비도 있고, 다이아몬드도 있고, 사파이어도 있고, 진주도 있다면, 별거 아닌 옥광산 반지가 내가 아끼는 반지일 수 있는 것처럼 그녀는 다른 비싼 보석을 제쳐두고 쓸 정도의 보석만큼 내가 아끼는 친구였었다. 하지만 이 친구는 나와 다르게 일단 취업이 된 상태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나는 시험을 준비하는 중이었고. 근데 받았던 메신저 내용을 기억한다.
[ 바빠..? 아, 공부해? ]
[ 응. 그렇지. ]
[ 공부는 잘 돼..? ]
[ 응.. ]
[ 아.. 여유생기면 연락 줄 수 있어..? ]
그년은 내가 공부를 할때마다 이상하게 귀신처럼 촉이 생긴 건지 직장에서 치이고, 힘들때마다 연락을 해왔다. 하지만 나 역시도 원해서 하고 있는 공부놀음이 아니었기에 신선처럼, 바람처럼, 공기처럼 떠다니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 그래서 그녀의 연락을 내팽개치지 못한 채로 연락을 했었다. 근데 큰 문제는 그녀가 좋은 직장에 옮기고나서도 그러한 행동이 계속되었다는 점이었다.
나는 내가 점점 학교의 우등생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을 직감할 때마다 맨발로 돌무더기 위를 걷는 것처럼 매일매일이 슬프고, 매일매일이 아팠다. 하지만 모든 노력을 통하여 안정적인 직장에 입성한 그녀를 볼 때 내 자신이 벌거벗겨진 것처럼 너무 초라하고 너무 아팠다. 하지만 그녀는 가질 만큼 가졌음에도 만족할 수가 없었나보다. 직장에서 치이는 것과 관련해서 나름대로 심리상담센터도 내가 권유한대로 갔었고, 본인도 최선을 다해 살았던 것까지 절교한 마당에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정말 큰 문제는 나는 직장에 못 들어가있는 상태고, 본인은 들어가있는 상태에서 직장 동료, 직장 상사가 본인을 괴롭힌다, 임신이 직장 상사가 안되고 있다 근데 왜 내가 그런 것을 다 받아줘야하느냐에 대해서 얘기를 한 단 점이었다. 처음에는 직장에서 고달프니까, 우리 친구니까 모든 것을 이해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내가 왜 이거 왜 들어야돼? 공부가 너무 안돼. 어떻게 해야돼? 나 이거 이상태로 머무르면 답이 없는 데. ’
그래서 메신저를 보냈다.
[ 나 공부해야 되니까 나 연락 잘 안될 거야. 급한 일이 있을 때만 연락 해줘. ]
하지만 그녀는 항상이 급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나는 영국 워킹홀리데이 때 점을 통해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기에 그녀가 답답할 때마다 점을 봐주던 친구였다. 그런 식으로 흘려보낸 시간 속에 그녀와 같이 갔었던 취업 관련된 곳이 지금에서야 떠오른다. 그곳은 취업을 위해, 취업을 도와주기 위해, 청년을 위해 있는 곳이었으나 담당자는 제법 날카로운 이야기를 했다.
“취업이 안 된 상태가 5년이 넘어가면, 취업 어려워요. 공무원 준비하셨다가 오시는 분들 꽤 있어요. 근데 취업 안돼요.”
그 말에 마음의 문이 닫혔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한 그룹의 계열사에 들어갔다가 나가고 이런 일을 반복한 것은 그 담당자에게 반문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 그게 진짜 맞아요? 내가 직접 해보니까 그거 아닌데? 포기만 안하면 입에 풀칠은 하던데? 그냥 사무직이 아니면 되는 거야. 왜 그걸 그렇게 알려주는 거야? ”
그래서 나는 직장에서 미꾸라지처럼, 두더지처럼 돌아다닌 시점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직업을 골라주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그래야 그 시XX이 100% 나에게 다시 찾아와서 구걸할 걸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