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서 무력해지는 인간들.
"선생님. 왜 전화하셨어요?"
그녀는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아, 다름이 아니라 이번달까지만 하시고 관두시잖아요. 근데 이것과 관련해서 왜 관두시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걸 알아서 뭐하시게요?"
그걸 듣고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나의 전직장동료였고, 그녀는 내가 전 직장에서 어떤 취급을 받으면서돌아다닌 사람인지 알고 있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집에만 있는 가정주부였다면, 나는 그녀가 그렇게 날선 말로 나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 다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미 다른 곳에서 상처를 받을 만큼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웬만한 거에는 나만의 멘탈복구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전직장동료는 자신이 어디에 살고 있는 지 치부를 들킨 느낌을 받았던 모양이다. 어쩌면 돌려서 말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콜센터에서 교육점수 미달로 아래서 교육을 받고 있을 때, 교육이 쉽다고 말한 장본인이었으니까. 온갖 고락이 그사이에 있던 나는 평온하게 답변해버렸다.
" 상사가 물어보라고 하셔서요. "
" 저희 애 다른 학원 다닐 거에요. 그동안 감사했어요. "
문제는 그렇게 말하고서 돈 문제가 발생했다. 자신은 관뒀다고 했는데 관둔 것이 처리가 안되어 있는 것이다. 사실상 나로 바뀐 것이 짜증났던 모양이었다. 그것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학습지와 관련된 비용을 수금을 해야하는 데 학부모의 태도가 전 직장동료 학부모처럼 다 바뀌어버렸다. 수업을 하러 가던 어느날이었다. 입금이 되어야 하는데 입금이 되지 않았다. 이것과 관련해서 학부모에게 수금과 관련된 것을 눈치껏 알려드렸는데 그 집이 마침 음식을 하던 집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음식물 쓰레기를 화장실에 버렸고, 음식물 쓰레기냄새를 맡아야 했다. 토나올뻔 했다. 나는 내가 술을 먹지 않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존경을 표한다.
또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 웃긴 건 미리 관둔다고 말을 하면 되는 데 미리 관둔다고 얘기를 안한다는 것이다. 수업을 하러 가야하는 당일날 학부모에게 문자를 받았다.
[ 죄송해요. 선생님. 제사가 있어서 수업을 못해요. 그리고 다음달에 수업을 못할 것 같아요. 교재만 두고 가주세요. ]
그럼 왜 미리 말씀을 안하셨어요? 이미 결제는 또 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서 환불을 이상하게 해야하는 데요? 사탕이든, 껌이든 무엇인가를 챙겼어야 하지만 이러한 작태를 보고 있으면 챙겨주기는커녕 입에서 욕만 나왔다. 그것뿐인가. 수금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도 사업가의 자식은 평탄하게 수금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본인들이 장점을 갖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것을 챙겨달라고 한다거나 이런 모습이 보여졌고, 나를 감시하는 또다른 감시자가 집에 있었다.
선생의 능력을 시험해보기 위해서 수금날 전화하셔서 나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 선생님 오늘 안오세요? "
" 네. 안하신다고 얘기를 들어서요."
" 아. 근데 저희 오늘까지는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자식의 어머니는 학원에 간다, 과외를 한다며 끊는다고 해놓고 막상 이러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딱히 할말이 없었다. 하지만 학원선생님처럼 흉내를 내서 문자를 보냈다.
[ OO이 과학은 못하고 수학은 잘하는 것 같아요. 학원 다니고 여유 좀 생기시면 해보시면 될 것 같아요. ]
[ 선생님 어떻게 아셨어요? 우리 애 꿈이 의사거든요. 근데 피가 무섭대요. ]
[ 아, 그러면 제가 말한 거대로 한번 해보세요. ]
그 뒤로 그 학부모와 만난 적이 없었고, 나는 부채감이 들어 스스로 전단지를 만들어서 다른 지역 가서 전단지를 뿌렸다. 전단지는 다음과 같았다.
[ 문해력(文解力, literacy)이 어떤 뜻일까요? 글을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글을 이해하는 능력은 국어로 직결됩니다. 담당자 OOO 전화번호 010-XXXX-XXX ]
전단지를 뿌리고나서 마지막 동행 수업에서 동행선생님과 나는 이상한 것을 보게 되었다. 아이의 어머니가 왼쪽 눈에 퍼런 멍이 든 채로 온 것이다. 그때 동행선생님은 침착한 목소리로 어머니께 여쭤봤다.
" 눈이 왜 그러세요? 많이 아프실 것 같아요. "
" 아.. 전, 전봇대에 부딪혔어요. "
" 아.. 그래요..? 수업할게요.."
수업을 하면서 수업이 코로 들어가는 건지, 입으로 들어가는 건지, 귀로 들어가는 건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오래 일하면 나도 쳐맞는건가? 학생 아버지한테?'
머리가 복잡해졌다. 또 퇴사를 해야한다니. 동행선생님이 관둔다고 하는 것에 이유가 있단 생각이 들었고 배신감이 몰려들었다. 동행선생님의 인수인계가 끝나기전에 도망가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때마침 퇴근을 하고 들어온 아이의 아버지를 보게 되었다. 새삼 그렇게 멀쩡하게 생길 수가 없었다. 이걸 이렇게 적는 이유는 길가다가 그 아버지가 나랑 비슷한 사람의 얼굴을 보고 칠 까봐, 내가 쳐맞을 까봐 너무 무서워서 국민신문고에 적었다.
[ 아이와 관련된 환경이 너무 이상하니까 제발 반경 500m 순찰 좀 강화해주세요. 저는 이제 관둬요. 안녕히 계세요~]
그런데 그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일까? 나는 그뒤로 안경을 쓰고, 마스크를 쓴 채로 피의자처럼 도망다녔다. 심지어 다리 하나 건너면 그 폭력적 집안의 집이 있었기 때문에 한동안 무서워서 집에서 못나갔다. 조폭집인지, 조폭집이 아닌지. 심지어 더 무서운 건 멍든 얼굴 가릴 생각도 안하고, 안대도 안하고 있어서 남의 집 폭력 보는 값이 안정적이고 주기적으로 수업을 하는 이 집의 문제구나싶었다. 그래서 나는 교육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 신변도 중요했기 때문에 한달이 지난 시점에 다시 방문을 해보니 아랫집이 또 이사를 가는 광경을 목격했다. 만약 내가 관두지 않았다면, 큰 문제가 생길뻔했다. 인수인계자는 그 직장이 뭔가 나쁘니까 나가는 게 9할이라고 생각한다. 좋으면 그 자리 꿰차서 몇십년 해먹지 아니면 그자리에 왜 앉아있겠는가. 그리고 그런 것도 은연중에 느끼는 것이 있었다. 수금에 문제가 없어도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갑질을 하는 모습이 보일 때 그런 생각을 얼핏 읽을 수 있었다.
' 너 어디까지 우리한테 줄 수 있어? 우리 애 그리고 나. 어디까지 길 수 있니? 선생은 참 많아. 근데 우리는 너 비싼 선생이라 생각 안해. 너 가격 싼 선생이고 너 학벌 후지잖아. '
근데 미안한데요. 학벌이 후지다고 해서 그 후진거에 대한 값을 선생 모두가 지고 갈거라 생각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후진 학벌을 가진 선생은 후진 학생을 보면서, 배우고요. 자신이 나아갈 방향이나 자신이 망한 공부에 대해서 생각하기 마련이거든요? 그걸 보면서 애들을 교육하는 것보단 나를 교육하고, 당신들의 숙주가 되느니 내가 그 머리꼭대기 위에 올라가야 당신들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어리다고 해서 모두가 착하지 않고요. 선생 골려먹고 선생 당황스럽게 만들고 싶어 미친다는 것을 안 뒤로 저는 애들을 붙잡아서 혼냅니다. 왜냐? 모든게 좋은게 좋은거다라고 생각하는건 학부모 생각이지. 그렇게 자라서 사회에 민폐가 되면 그것이 냄새 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조심해주세요. 학부모님. 전 그 회사 소속 아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