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 강』 미야모토 테루(宮本輝)

‘가느다란 붉은 선을 따라서’

by 현목

「반딧불 강」


반딧불 강의 구성은 어떤 면에서는 환상의 빛에 나오는 소설들과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선 소설의 배경에 눈과 벚꽃과 반딧불의 세 가지가 깔려 있습니다. 환상의 빛에 나오는 유미코의 죽은 전 남편에 대한 독백과 밤 벚꽃에 나오는 벚꽃, 박쥐에 나오는 박쥐, 침대차에서 보는 침대차의 이른바 ‘가느다란 붉은 선’에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눈과 벚꽃과 반딧불은 시간적으로도 겨울과 봄과 여름으로 이어집니다. 저자는 같은 이름으로 소제목으로 잡고 있기도 합니다. 눈에 대한 문장이 대충 18군데, 벚꽃에 대한 문장이 8군데, 그리고 반딧불이와 연관된 문장이 대략 22군데 나옵니다.


다쓰오는 중학교 3년생입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아 왔던 히데코란 여자 아이를 마음 속을 좋아합니다. 한편 다쓰오의 친구인 세키네도 히데코를 역시 좋아해서 심지어는 히데코의 책에서 히데코의 사진을 훔쳐서는 다쓰오에게 자랑합니다. 어느날 세키네는 다쓰오에게 사진을 주면서 가지라고 하고 자기는 자전거를 타고 진쓰강에 낚시를 하러 갔다가 강에 빠져 죽습니다.


시게타쓰는 타쓰오의 아버지인데 타쓰오가 열네 살 때 즉 시게타쓰가 예순 여섯 살, 아내인 치요가 마흔다섯 살 때 뇌출혈로 죽습니다. 시게타쓰는 젊어서 사업을 성공하여 거부가 되지만 인생 후반에 무리한 사업을 하여 망하게 되어 빚투성이가 됩니다. 시게타쓰가 쉰두 살 때 지금의 처인 치요를 요정 다무라에서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됩니다. 전처인 하루에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치요도 젊어서 결혼하나 철도원인 남편의 주사가 심하여 아이를 시집에 두고 이혼을 하게 됩니다. 치요는 도요다 역에서 시게타쓰를 만나서 에치젠곶에서 하룻밤을 자고 두 달 후에 임신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아버지 시게타쓰가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다가 죽습니다. 그러자 두 명의 문상객이 칠일재를 지나서 나타납니다. 한 사람은 치요의 오빠인 기사부로이고 또 한 사람은 전처인 하루에였습니다.

소설에서 작가의 역량이랄까 혹은 독자로 보아서는 복선, 혹은 반전 같은 것이 곳곳에 숨어 있어 재미를 더한다고 보았습니다.


다쓰오의 친구인 세키네가 다쓰오에게 하는 말이 나옵니다. "얼굴이 이렇게 생겼으니 여자가 따르지 않는다고 아버지가 그랬어.“ 세키네가 인물이 없다는 것을 에둘러 말하는 저자를 보게 됩니다.


하루에가 문상을 와서 다쓰오를 보면서 두 번째 만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루에가 기 비밀을 말합니다. 다쓰오가 두 살 때 시게타쓰는 다쓰오를 안고 하루에를 만납니다. 그는 비록 이혼은 했지만 하루에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는 듯이 보입니다. 더구나 그는 헤어질 때 이혼했을 때의 돈만큼의 돈은 줍니다. 하루에는 그 돈으로 여관을 사고 사업이 나중에 번성하여 성공을 합니다.


또 하루에는 다쓰오와 헤어질 때 배웅 나온 다쓰오에게 육친의 정을 느낍니다. 아마도 시게타쓰의 핏줄이기 때문이겠지요. 나중에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찾아오라고 합니다.


치요의 오빠는 시게타쓰가 어려울 때 도와 주지 않았지만 문상온 기사부로가 오사카에서 처음 장사할 때 돈을 빌려 주어 그의 사업도 잘 되어 이제 가게를 확장하게 되어 치요에게 처음 가게를 맡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시게타쓰는 병원에 있으면서 병원비도 없고 생활비도 없어 친구인 오모리에게 어음―아무 쓸모 없는―을 주고 돈을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오모리는 치요가 아니라 아들 다쓰오를 오라고 하여 그에게 차용증을 쓰게 하고 돈은 줍니다. 그때 다쓰오의 키만한 벽시계가 있었는데 그 벽시계는 오모리가 개업할 때 시게타쓰가 준 것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시게타쓰는 금전적으로 부유했을 때 자기만이 아는 수전노가 아니라 친척과 친구에게도 관대했던 그의 모습을 엿보게 합니다.


이 소설은 뒤에 가서 절정을 이루고 그대로 끝나버리는 느낌입니다. 보통 소설의 구성은 도입,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순으로 이루어지는데 여기서는 결말도 없이 그냥 절정으로 막을 내리므로 감정적으로 조금은 격하게 남는 기분이 듭니다.


다쓰오는 모내기 직전에 이웃에 사는 긴조 할아버지와 치요와 히데코와 같이 반딧불이를 보러 갑니다. 저녁에 주먹밥을 싸고 자건거에 싣고 다쓰오가 끌면서 같이 강을 따라 올라갑니다.



「흙탕물」


초등학교 2학년 생인 노부오의 이야깁니다. 제 생각으로는 너무 어린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작가가 그렇게 보니 별 수가 없겠지요. 제 욕심 같으면 초등학교 5,6학년 혹은 중1 정도가 어떨까 합니다만.

노부오는 강가에 야나기라는 간판으로 우동집을 하는 신페이의 아들입니다. 신페이는 우동집을 하면서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아내 사다코는 평범한 주부이며 마음씨도 특별히 모난 데도 없이 전형적인 가정주부의 모습을 보입니다. 노부오는 그들의 집에서 보이는 강 아래 쪽으로 지붕이 있는 놀잇배를 개조한 남루한 배집이 구석에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거기에는 기이치라고 부르는 소년―나이는 노부오와 동갑입니다만―과 두 살 위의 누나인 긴코와 그들의 어머니가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전쟁 때 입은 부상으로 사망을 했습니다.


야나기 우동 집에 들른 마부가 마차를 비탈길로 밀어 올리다가 마차가 후진하는 바람에 깔려 죽습니다. 그 빈 마차 곁에 기이치가 나타나면서 노부오와 만납니다. 노부오가 기이치의 배집에 놀러갔다가 강가 뻘에 빠지게 되고 기이치의 누나인 긴코가 발을 씻겨 줍니다. 집에 있는 레몬수 병을 가지고 긴코에게 주려고 가다가 긴코의 부드러운 손가락의 감촉이 발끝에 되살아나자 노부오는 부끄러워 레몬수병을 강물에 던져버리고 되돌아옵니다.


기이치와 긴코가 야나기 우동 집에 놀러 옵니다. 노부오의 어머니인 사다코는 긴코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손님 서너명이 들어와 남매를 보자 창녀의 아들이라고 하자 기이치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집니다.


노부오는 남매를 만나러 배집에 갔다가 남매는 없고 기이치의 어머니를 만납니다. 그때 중년의 사내가 들어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기이치가 나타나서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하게 난폭하게 소리내며 물통에 물을 채웁니다. 쌍둥이 형제를 만났는데 그들도 너 네 엄마 창녀지 하고 놀립니다.


덴진 마쓰리가 시작되었습니다. 매일 기이치의 배집으로 놀러 갑니다. 사다코는 긴코를 특별히 귀여워합니다. 사다코가 천식 발작이 일어나 신페이는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니가타로 이사를 갈 것을 제안하지만 사다코는 거부합니다. 노부오 집에 놀러온 긴코가 쌀독에 손을 넣고 “쌀이 따뜻해. 쌀이 가득한 쌀독에 손을 넣어 데울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우리 엄마가 그렇게 말했어”라고 말합니다.


노부오와 기이치가 조세이 교에 있는 신사로 놀러갑니다. 둘이서 걷다가 서로 헤어지게 되고 기이치가 로켓 장난감을 훔칩니다. 그 일로 서로 티격태격 싸우다가 기이치가 게 집을 보여주겠다고 자기 배집으로 안내합니다. 뱃전에 기름을 마신 게를 놓고 불을 붙입니다. 게가 불에 붙어서 방안을 다닙니다. 불이 뱃전을 달리고 선미 쪽으로 어둠 속에 기이치의 엄마가 보입니다.


신페이는 니가타 행을 결심하고 덴진 마쓰리 이래로 노부오는 기이치를 만나지 않습니다. 남매도 안 나오고 노부오도 찾아가지 않습니다. 어느 날 기이치네 배집이 떠나가는 것을 노부오가 보았습니다. 진작부터 관련 공무원으로부터 퇴거권고를 받은 터였습니다. 노부오가 배집을 쫓아가면서 기이치를 부릅니다. 마침 그때 귀신 잉어가 그 배집을 뒤쫓아가고 있었습니다. 노부오는 그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서 기이치를 더욱 더 부릅니다. 그러나 배집과 그 뒤에 붙은 귀신 잉어는 흙탕물을 유유히 흘러갔습니다.


처음에 소설을 읽었을 때는 어린 노부오와 기이치의 누나인 긴코와의 사랑 얘기―사랑이라고 하기는 너무 어리지만―가 아닌가 미리 짐작을 했습니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런 기미는 조금 보이지만 그 둘 사이에는 그 이상의 진전된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설을 읽고 나서 도대체 미야모토 테루가 말하는 이른바 ‘가느다란 붉은 선’은 무엇인가 궁금했고 짐작이 잘 가지 않았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도사보리 강이고 또 제목이 흙탕물이니까 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별다른 특별한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흙탕물’이라고 나오는 대목은 그것도 짧은 문장으로 세 군데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노부오의 기이치 엄마에 대한 감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 이것이 ‘가느다란 붉은 선’이 아닌가 하는 것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노부오가 기이치 엄마를 만나는 장면을 다시 검토해 보았습니다. 역시 ‘가느다란 붉은 선’은 기이치 엄마에 대한 노부오의 감정이었습니다. 여덟 살 먹은 남자 아이가 무슨 여자냐 하겠지만 기이치 엄마는 배집에서 남자를 받아서 생계를 꾸려가는 창녀였으므로 그녀는 보통의 여자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제가 말하는 ‘가느다란 붉은 선'은 대충 열두 군데 나옵니다.

이불과 싸구려 경대뿐인 살풍경한 방이지만 노부오가 이제까지 맡아본 적이 없는, 달콤하면서 습한, 그러면서도 결코 아늑하지 않은 향기가 맴돌고 있었다.(P62)

“아줌마도 한번 우리집에 놀러 오세요.” 그렇게 말하는 노부의 가슴이 몹시 뛰었다.(P62)

노부오은 기이치 엄마의 관자놀이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 사이로 한줄기의 땀이 흘러내리는 모습에 정신이 팔렸다. 노부오에게는 창백하고 화장기 없는 얼굴이 예쁘게 보였다.(P63)

가느다란 목이며 백랍 같은 가슴에도 미미하게 땀이 솟아나 있었다.(P63)

방안에 은은히 맴돌고 있는 이 신기한 향기는 안개와도 같은 땀과 더불어 기이치 엄마의 몸에서 스며나오는 피곤하면서도 요염한 여자의 향기에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노부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향기 속에 숨어 있는 간지러운 느낌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노부오는 당황했다. 그러면서도 언제까지고 기이치 엄마 곁에 있고 싶었다.(P63-64)

잠자코 화장대 앞에 앉은 순간의 기이치 엄마의 여윈 모습이 그 기묘한 냄새와 더불어 노부의 뇌리에 떠올랐다.(P67)

얻어맞고 발로 차인 것은 기이치였다. 그렇기에 노부오는 자신이 왜 울고 있는지 몰랐다. 기이치가 놀림 받고 무시당했기 때문에 슬픈 것도 아니고, 기이치가 비둘기 새끼를 죽여서 슬픈 것도 아니었다. 정체불명의, 그러면서도 몸 둘 바를 모를 깊은 슬픔이 노부오의 몸 속을 관통한 것이다.(P68) (쌍둥이 형제가 기이치 엄마를 창녀라고 놀릴 때의 일임)

기이치의 눈동자를, 말이 없는 긴코의 하얀 옆얼굴을, 그리고 노부오의 심장을 뜨겁게 감싸던 기이치 엄마의 그 냄새를 노란 등불 아래에 간직한 배집은 칠흑처럼 어두운 강가에 흔들거리면 정박해 있었다.(P70)

창백하고 여윈 몸에 땀이 축축하게 배어난 기이치 엄마 곁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노부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자신을 유혹하는 기묘한 냄새의 정체는 물론 그러한 자신의 마음의 움직임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P70-71)

노부오는 긴코에게 몸을 가까이 했다. 그 엄마와 비슷한 냄새가 긴코의 몸에서 풍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P80)

어둠 속에 기이치 엄마의 얼굴이 있었다. 파란 반점 모양의 불길에 뒤덮인 인간의 등이 그 엄마의 위에서 파도치고 있었다. 강 건너의 희미한 불빛을 받아 빛과 그림자의 얼룩 무늬가방안 가득히 드리워져 있었다. 노부오는 시선을 집중해 기이치 엄마를 바라보았다. 실처럼 가느다란 눈이 깜빡이지도 않고 노부오를 마주보고 있었다. 푸른 반점의 불길은 희미한 신음소리를 내며 한층 격렬하게 파도치고 있었다.(P94)

니가타 행을 들은 날, 노부오는 배집 가까이까지 갔다. 기이치 엄마의 가느다란 눈과 그 위에서 꿈틀거리던 파란 불길이 노부오의 가슴 속에 문득 되살아나, 그는 좁은 길을 내려갈 수 없었다. 노부오는 작은 돌멩이 몇 개를 배 지붕에 던졌다.(P96)


작가는 여덟 살이지만 남자로서의 노부오가 창녀가 빚어내는 그 야릇한 동물적인 이끌림의 미묘한 감정의 물결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고 봅니다.


흙탕물 속에서 ‘가느다란 붉은 선’을 찾은 것 같아서 미야모토 테루의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제 마음 속에 충실감이 밀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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