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회진을 돈다 할머니의 얼굴이 쪼개진 장작처럼 움직이질
않는다 질풍 노도가 마른 뼈를 후려쳐도 꼼짝도 안 할 품새다
할머니 견딜만 하지요, 묻는 말에 그늘이 진다 그녀의 입꼬리가
실낱처럼 올라가면서 렘브란트의 입꼬리를 보았다 눈동자 속이
적막하다 그냥 적요가 아니라 황폐한 적요다
렘브란트의 ‘웃는 자화상’을 볼 때마다 인생의 서늘함에 내 안의
안이(安易)가 소름을 짓는다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비웃는다
비웃다 못해 즐겁기까지 한지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벌겋다
지난 세월의 황당함에 그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마에 내
천자를 그릴 수는 없다 은성했던 시절의 허망함이 마른 쓴웃음으로
떨어진다 눈썹을 치켜뜬 건 다시 지나온 시간을 확인하자는 거다
지친 발걸음이 녹아서 눈동자가 검붉다 슬픔이 젖어서 걸어
들어간다 슬픔도 끝까지 가면 웃을 줄 아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