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규 시인이 어느 대담에서 그를 천사라 했다 내 눈이
번쩍 뜨고 찾은 것은 드뷔스의 ‘달빛’ 피아노 소리였다 내가
처음 시를 시작할 때 베토벤의 웅장한 ‘함머클라비어’가
아니라 수줍은 피아노 소리 뒤에 숨자 했다 상상력이 부족한
나는 그의 그림 그리는 듯한 평범한 문장의 뒤만 따라가자고
했다 그의 시는 행과 행, 연과 연, 혹은 시 전체가 지나가자
텅 빈 공간이 울고 긴장했다 평생 술 마시고 시 쓰고 고전
음악 들은 것이 그의 밑천이었다 육십세 살에 간경화가 그를
배에 태워 달빛 강을 건너가게 했다 말년이 쓸쓸했으니 그의
인생 결산은 조사모삼인가, 아니 이제사 천사를 찾았으니
조삼모사인 게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고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다는 게 인생이라는데 술통 다 비우고 나니 밝은
햇살이 드네 그는 시를 쓰기보다 시의 강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