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장어의 독백

by 현목




어두컴컴한 뒷골목의 수족관에서 허구헌 날을 지내며 토해낸

한숨이 앞을 뿌옇게 가렸지 어느 날인가 무식하게 생겨먹은

영감쟁이가 지 재산 지 맘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듯

뜰채로 나를 낚아서 내동댕이치자 눈에 담고 있던 파란 바다가

쏟아져 나왔지 대가리를 서슬퍼런 뭘로 탁 치자 시뻘건 피가

솟구치면서 내 살아온 열정을 보았어 죽음 앞에서 확인한다는

건 섬찍했지만 말이다 그것까지는 그래도 좋아 그럴 듯하게

보이던 매끈한 단벌 신사복마저 홀라당 벗길 것까지는 없지

않아 단지 자기들 먹기 좋으라고 수모를 구둣발로 짓밟아버렸지

죽기 전에 찾아온 친구 앞에서 의관을 정제한 칸트처럼 품위

있게 죽고 싶었어 맛있게 먹겠다고 뭔 시뻘건 액체에 갖은

향료를 섞어 몸에다 그들의 천박을 칠갑했다 점입가경이

절벽에 걸렸어 숯불에 올려 모래바닥의 추억들을 지지더라고

절단된 신경은 통증을 씹어삼키고 마음에 호수를 하나 만드니

편해지더라고 채신머리없이 몸이 비비꼬이더니 자존심마저

비틀어버렸지 다짜고짜 입에 쳐넣으니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지만

허연 물결이 해일처럼 다가오더군 누런 이빨은 아래서 위에서

내리찧고 혓바닥은 나를 이리저리 굴리고 가관이더라고 대가리가

짤려나갈 때 남은 건 배짱뿐이었어 니들 마음대로 해보라고,

갑자기 어딘지 시커먼 연통 같은 데로 툭 떨어지데 그곳은 넓은

바다 같았어 파도가 잔잔히 치면서 멀리 수평선이 보이고 나는

한가하게 항해하는 배라고나 할까 졸음은 포기보다는 해이라고

해야겠지 청운에 단 돛이 터무니 없었다는 건 그제야 알았다고

불가사의는 머리에 있는 게 아니라 발에 있지 그 날 내가

그리로 간 것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하늘은 어제의 하늘과

같았고 아무런 이유없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한 것 뿐이야

모래바닥 속으로 노란 햇살이 내린 건 함박눈이었지 나도

모르게 발길은 그리로 향했고 오늘의 내가 된 거야 우연이

필연이 된 운명을 사랑하라고 니체가 살아 있다면 말해줄까

우연이 일생을 결정했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함이야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