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보* 연필

by 현목




꼭꼭 쟁여 놓은 기억들

잘 드는 의지의 칼로 깎는다

낙엽처럼 떨어지는 육신에는

향내가 난다

소리없이


비로소 보이는

응축된 정신의 회흑색 연필심

가늘게 고백한다

진눈깨비 질척했던 길들을,

가끔은 지우개로 허물의 흔적을 없애기도 했지


잠자리,

날기 시작한다


몸부림 치던 애염(愛焰)은 투명한 날개로 지나가고

다 떨구어 내고 백지에 써나간

저 산하 너머 망향의 형이상학들


갈잎에 앉아 담담히 읽는다





*톰보: tombow는 일본말로 잠자리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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