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허벅지만한 양초 하나 박베드로 수녀님이 주고
갔다 심지를 두 팔로 껴안고 ‘無我’라고 몸통에 문신을
새긴 그 양초를 몽상하는 구름이라고 말하고 싶다 쟁여놓은
장작이라고 부르고 싶다 난데없는 ‘영혼을 불태운다’는
유행가 가사에 웃음이 목젖 아래로 내려간 것이 내 앞에서
타고 있는 촛불 탓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바람이 느끼듯이 존재의 잔재가 남는 것을
불꽃을 감싸고 있는 공기가 먼저 눈치챈다 영혼의 모세혈관을
타고 꿈은 언제나 춤을 춘다 꿈틀거리는 아픔은, 소멸하지만
빛이 되고 싶은 각시붓꽃이다 꿈꾸는 비탈에 앉아 느리고
조용하게 치루는 다비(茶毘) 라는 것이 촛불의 생각이다 벽제
관망대에서 바라본 피와 살이 빠져 나간 고사목 하얀 인골,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검은색이 아니라 흰색인 것을 이곳에
오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