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과 아랫도리는 다 쳐버리고
상반신만 사각형 관속에 박혀 있다
방부 처리된 행적
깊은 바다 속 정적이 기웃거리고
이승의 바람 한 점 들어갈 수 없다
시간은 부피도 없이 쌓이고
무의식 먼 곳에서부터 전송되어 온
고서적이 된 과거력,
바위 밑에 눌려 있던 잠상이
미래의 나에게로 현상한다
그와 이제는 닮아있지 않다
그와는 상관없는 유령이다 나는
실재와 비실재의 울타리를 넘나드는,
그 아래 몇 십년의 외출 기록이
생선가시 같은 갑골문자로 새겨 있다
은나라로 가는 길은 해독불능의 폐허이다
사진의 본질이 죽음이라는 것은
관뚜껑 열린 얼굴의 정지를 보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