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군만마

by 현목




동인문학상을 탄 K씨의 C일보와의 인터뷰 기사가 펄럭인다

그녀가 유일하게 농락하는 것은 책과 술이다 구름이 서쪽

하늘에 잔뜩 끼더니 틈새로 내려온 햇빛이 심상치가 않다

술꾼 이야기가 그녀의 내공이다 술 마시는 것은 ‘시간을

분절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점입가경이 파도를 치고 우레

소리를 멀리서 낸다 소주 한 병 반, 주량이 정서의 정원을

말랑말랑하게 한다 우레 소리와 번개가 비로소 하늘을 가르더니

어두운 틈새로 비밀이 열렸다 닫힌다 화룡점정이 여기다

지키기 힘들다는 건 지키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라는 그녀의

고백에 평생 남루한 자격지심이 겨우 낯을 든다 조금은 쳐진

듯싶은 그녀의 눈꼬리는 단단한 의지의 한쪽이 허술함을 말한다

희미한 웃음에 알코올이 묻어나온다 내가 먹는 술의 정당성을

획득했다 천군만마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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