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by 현목




감암산(甘闇山) 산행을 나선다 오늘은 될 수 있는 한 말을

아끼려고 한다 초입의 길가에 나란히 선 벚나무의 잎이 아래로

빗방울처럼 달려 있다 무게를 겨우 감당하는 걸까 시월이라

이미 초록의 잎새에 단풍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와 있다 붉은색

주황색이 배어든다. 군데군데 구멍도 나고 흑색 반점이 찍혀

있다

낙엽을 닮은 엽서가 도착했다 뒷면을 열어보니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붉은색, 노란색, 주황색, 갈색으로, 인연은 사라지고

색깔만 남았다 나뭇잎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영원한 잠을 기다리면서 떨켜를 끊고 스스로 낙하했다

그럼 이만 총총(悤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