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를 봤다 피아노는 네 다리를 벌리고 천정에서 내려오는
빛을 안고 있다 피아니스트가 빛의 상자를 두드리자 옆의
바리톤의 동굴에서 나즈막한 추억이 떨리면서 흘러나온다
성문 밖 우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 아래 단꿈을 꾸었네
순간 내 눈에 어리는 뜬금없는 눈물에 당황했다 돌아서서
어둠 속을 내려가면서 그 비애를 탐색한다 홀 안의 공기를
밀면서 소리가 지나간다 소나무의 잔가지가 바닷가 파돗소리를
내면서 쓰러진다 침묵의 공간속을 떨려오는 파동이 기억의
기슭에 와닿는다 이목구비가 보이지 않는 어머니의 얼굴이
환하게 웃는다 어머니의 ‘보리수’ 목소리는 나를 임진강을
내려다보는 달에게로 데려다 준다 어머니는 나를 둘러업고
새끼줄을 감은 신발로 얼어붙은 임진강을 걷는다 멀리서
포 소리 자욱한 연기로 깔리는 남쪽을 향해서, 달이 임진강물
속으로 흐르는 울음소리, 내 안에 숨어 있던 눈물을 미는
것은 바로 그 ‘보리수’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