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에 증명사진처럼 움직이지 않는 시어(詩魚)들 그물망을
던져 잡아다가 머릿속 연못에 풀어놓는다 아마도 그때까지는
제법 싱싱하여 퍼드덕거렸을 것이다 큰 마음 먹고 이번에는
아직 여운이 남아 있는 연못의 그물망을 다시 백지 위에다가
던졌다 건져 올린 시어들은 몇 마리 되지도 않고 그마저 시들
시들하고 비실비실하여 겨우 목숨 줄만 간당간당한다
나의 뇌의 어딘가에 숨어 있을 시어들은 어디로 갔을까 젊어서는
어떻게 해서든 단서를 궁리해 내어 그들의 소재를 곧잘 찾았는데
이젠 완전 깜깜한 절벽이다 한발도 내디디지 못한다 너무 녹이
쓸어버린 해마(海馬)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투망한다 몇 마리
낚지 못할 걸 뻔히 알면서도, 나의 의식 속 어딘가의 푸른 수초
밑에서 시어들이 노닐 것을 믿으면서 그들은 내 어두운 기억의
시간을 비실거리며 역류하면서 가파른 물줄기를 타고 올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