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by 현목




하동 벚꽃들은 올해도 인산인해로 몰려오는 사람에 질려

혈색이 하얘졌다 나까지 더 보탤 것도 없다 싶어 남해

설천으로 갔다 차를 모는데 가는 것은 내가 아니라 벚나무가

걸었다 터널 속의 어둠이 벚꽃이 겨우내 잠긴 명상이다

갑자기 걸어들어온 햇살이 환해지자 화들짝 놀라 나뭇가지에

달린 봉오리들이 활짝 열렸다 눈이 부셨다 소리 없는 웃음이

하늘에 꽉 찼다 고등학교 때 영어 선생님 말씀이 생각났다

“야 이놈아 인생이 즐겁나” 벚나무들이 버선발로 뛰어 왔다

개천을 훌쩍 넘고 보니 파란 하늘의 속이었다 꽃들은 모두

한꺼번에 그 속으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철없이 낄낄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