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잔 그림책 보고 은유 만들기
이미지의 다의성
바버라 베이그가 쓴 책 『하버드 글쓰기 강의』에 보면 상상력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베이그의 말에 의하면 ‘상상력은 감각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마음속에 그림을 그려주는 정신적인 기능이다’라고 합니다.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많이 하고 듣는 사람은 그것에 대해 공감을 합니다. 하지만 아는 것과 그러한 상상력의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베이그는 상상력을 단련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한 가지 방법은 이렇습니다. 우선 눈을 감고 백지 한 장을 떠올립니다. 바둑판 같이 네모칸을 그립니다. 그 다음 그 속에 빨강을 채워봅니다. 둘레의 네모를 원으로 바꿉니다. 원을 파랑으로 합니다. 다시 네모로 갑니다. 네모칸을 지우고 백지로 돌아옵니다. 이런 식으로 초록, 노랑으로 채우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다른 한가지 방법은 실제로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봅니다. 베이그는 고양이를 가지고 예를 듭니다. 햇빛이 고양이 털 하나하나 속으로 들어갑니다. 고양이가 기분이 좋아 가르릉 소리를 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얼마든지 상상하여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삼사 년부터 세잔의 그림을 가지고 상상하는 연습 겸 글쓰기를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고 실행한 적이 있습니다. 53편까지 쓰다가 지금은 중단하고 있습니다. 책쓰기에 대한 글을 집중적으로 정리하다가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세잔의 그림책(일본이 집영사에서 나온 ‘현대세계미술전집’ 중 세잔 그림책입니다)의 여섯 번째 그림이 「상트 빅투와르 산과 절개길(1867~70년)」입니다. 상투 빅투아르 산은 세잔이 평생 추구해 왔던 그림의 원점이었던 같습니다. 세잔의 이 그림을 가지고 저 나름으로 평범하게 진술로 설명하기보다는 은유를 사용하여 그림의 이미지의 다의성, 상상과 발견을 하는 연습을 하자고 마음 먹은 것입니다.
그림 속의 ‘상투 빅투아르 산, 절개길, 푸른 바다, 직선길, 조그만 창’을 원관념 A로 삼아 저나름의 은유를 만드는 연습을 했습니다.
상트 빅투와르 산과 절개길(1867~70년)
상트 빅투와르 산은 내가 평생 쌓아올린 형이상학이다. 몸에 각을 세우고 서 있는 것은 사는 것이 전율을 일으키 때문이다. 내가 품은 말들은 형태도 없이 산의 어둠에 잠겼다. 나의 절망을 가른 절개길을 따라가면 견디고 있는 푸른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저 푸른 하늘에 구름의 한적함은 언제나 나의 능력 너머에 있는 평온함이다. 하지만 나는 멀리서 쳐다보아야만 한다. 시원하게 뚫고 지나가는 직선의 길들은 내가 타기해야 할 상투성이다. 지붕이 붉은 조그만 집에 들어앉아 조그만 창을 내고 프루스트처럼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