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보고 보이는 대로 글쓰기
‘관찰하고 나서 설명하지 말라’
감성이란 자극을 느끼는 성질인데 이것은 우리 인간에게는 대체로 다섯 가지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시각과 청각, 미각과 후각 그리고 촉각입니다. 이들 감성은 칸트에 의하면 시간과 공간의 전제하에서만 우리가 인식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의 감각기관을 통해 머릿속에 들어온 자극은 대뇌피질의 후두엽, 측두엽, 두정엽 등에서 수용되어 인식하게 됩니다.
칸트에 의하면 인간의 마음은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감성과 상상과 지성과 이성이 그것입니다. 감성을 통해 들어온 자극, 그 중에 가장 흔한 것이 시각입니다.
글이란 생각이나 사물 등의 내용을 글자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외부의 대상이나 생각을 글로 표현하려면 가장 이성적으로 수긍하기 쉬운 것이 논리적 글입니다. 그것은 인과율에 들어맞습니다. 1+1=2라는 식으로 아무런 상상도 갈등도 느낄 수 없습니다. 이런 식의 글의 대표적인 것이 과학 논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학적인 글은 대상을 통해 들어온 자극(감성)이 상상을 통해 지성과 만날 때 칸트에 의하면 심미적 판단을 일으켜 미적 쾌감을 누리게 된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상상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때는 논리적인 글로는 이런 상상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은유야말로 가장 인간의 상상을 만들어내는 도구일 것입니다.
문학적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미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미지는 서경적인 구조와 심상적 구조와 서사적 구조가 있다고 오규원 시인의 그의 책 『현대 시작법』에서 말합니다. 심상적 구조의 대표는 은유법이고 서사적 구조는 이야기로써 이미지를 그립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서경적 구조인데 그것은 우리의 오감인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통하여 우리의 머릿속으로 들어온 이미지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시각이라고 봅니다.
문장으로 은유 만들기로 가기 전에 아이들에게 시각을 통해 보이는 그대로 글쓰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논리적 설명이 아니라 자신의 눈에 보이는 대로 쓰라고 했습니다. 교재로는 세잔이나 고흐의 그림책을 보고 자신이 마음에 드는 그림을 가지고 쓰라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꼼꼼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어떤 모양이나 어떤 색이 있으면 다른 사물과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자신의 감정을 배제한 채 있는 그대로 글로써 표현합니다. 의미는 생각하지 말고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씁니다.
다른 하나는 대상을 보고 설명하려는 유혹을 이겨내야 하고 그런 습관에 젖지 않도록 연습해야 합니다. 설명하기 위해서는 논리의 비약이 없어야 하고 상대가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관념적 언어를 사용하기가 쉽습니다.
보이는 대로 쓴다는 것은 실제로 해보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어서 어리기도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같은 단어의 반복, ~처럼, ~같은 직유법을 자주 사용하고 접속사를 남발했습니다.
다음은 2017년 1월 14일 초등학교 3학년인 손자가 쓴 글입니다.
제목: 아를 빈센트의 방
빈센트의 방은 파란색과 하늘색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연한 황토색 의자가 왼쪽 문 앞에 하나, 침대 옆에 하나가 있다. 바닥은 초록색과 갈색이 있고 파란 2개의 문이 있다. 책상은 갈색이고 서랍이 하나 있고 그 위에는 주전자, 컵, 맥주 등등이 있고 벽에 수건이 걸려 있다. 그리고 침대는 갈색이고 베개와 메트리스는 흰색, 이불은 빨간색이다. 벽에는 파란 셔츠가 걸려 있다. 그리고 벽에 거울과 빈센트의 사진들이 액자에 걸려 있다. 창문은 초록색이고 조금 열려 있다. 그리고 의자 다리가 야구 방망이 같고 내가 이 방에서 살고 싶다. 파란 셔츠가 걸려 있는 옷걸이는 갈색이다. 문 하는 끝에가 초록색이다. 바닥은 원래 다 초록색이였는데 바닥이 벗겨져서 갈색도 있는 것 같다. 액자 틀은 갈색이고 노란 액자들도 있다. 수건과 액자는 못에 걸려 있다.
개인적으로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글쓰기로서 이런 시각적 훈련인 ‘그림 보고 보이는 대로 글쓰기’는 그들의 글쓰기 역량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