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가르치는 글쓰기』-23

아이들이 잘 빠지는 함정

by 현목

손자 두 명과 손녀 두 명이 있습니다. 저는 남자 오형제 틈바구니에서 자라서인지 여자들의 생각을 잘 모릅니다. 내가 낳은 자식도 두 명 다 남자여서 더욱 그렇습니다. 처음으로 손녀가 있게 되었고 마침 같은 또래의 손자들과 글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연히 두 그룹이 써내는 글을 보면서 비교하여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자애들은 역시 남자애들보다 상상력이 뛰어났습니다. 남자애들은 글이 무뚝뚝한 반면에 여자애들은 섬세하고 상상의 폭이 넓었습니다.


나중에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니까 조금 나아졌습니다만 처음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글짓기를 해 오는 것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단어의 반복이었습니다. 물론 그 나이에 생각의 폭이 넓을 수 없으니까 그랬으리라고 짐작은 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뭐 어떻게 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했다면 계속 ‘내가’ 어쨌다고 하면서 주저리주저리 널어 놓습니다. 생각이 넓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우선 시각적으로 같은 단어가 계속되면 지루하고 피곤하기도 합니다.


그 다음에는 직유법 즉 ‘~처럼, ~같이’가 또 주렁주렁 달립니다. 사실 직유는 같은 비유법 중에서도 천대를 받고 있습니다. 직유(直喩)라는 한문 단어는 곧을 직, 깨우칠 유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은유(隱喩)는 숨을 은, 깨우칠 유자입니다. 즉 직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직접적으로 연결합니다. 예를 들면 ‘무쇠처럼 단단한 주먹‘이 그렇습니다. 무쇠와 주먹의 유사성이 너무 노골적으로 직접 연결되니까 참신하지 못하게 됩니다. 은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유사성이 너무 멀면 난해하지만 그 거리가 난해를 넘어가는 경계에 있으면 그 비유가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아이들이 이런 뜻을 알 리가 없겠고 단지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쉽기 때문에 그런 습관을 붙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유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거의 강압적으로 시켰습니다. 말하자면 쉽게 직유로 가는 버릇을 끊기 위해서었습니다.


아이들의 작문에서 접속사가 유난히도 눈에 띄었습니다. 접속사는 아시다시피 문장과 문장 또는 문장 가운데 두 성분들을 이어 주는 말입니다. 그 종류로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아이들이 특히 남발하는 접속사는 ’그런데, 그래서, 때문에, 그리고‘였습니다.


접속사를 많이 쓰면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생각할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냥 글쓴이의 생각대로 따라가게 마련입니다. 사실 능력이 없어서 그렇지 문장과 문장 사이에 약간의 비약을 주어서 연결시킬 수만 있다면 글을 읽는 재미는 훨씬 뛰어납니다. 자신이 상상하면서 논리를 전개하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단락을 짓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건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의 일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단락을 구분할 만큼의 원고량을 채울 수가 없기 마련입니다.


단락이란 문단이라고도 하는데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최소 단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표현한 단락은 한 문장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또한 몇 개의 문장 혹은 많은 문장으로 구성될 수도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그러한 단락이 완성되면 줄 바꾸기를 합니다.


아이들은 이러한 내용을 모르니까 제목을 주고 글을 쓰라고 하면 무조건 붙여서 씁니다. 물론 세월이 지나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면 어쩌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부분이지만 어릴 때부터 단락이 무엇인지를 알아두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반복되는 단어의 사용, 직유법의 남용, 접속사의 무분별한 사용, 단락 짓는 법을 글을 쓸 때마다 입이 닳도록 말했건만 그런대로 교정되는 데는 꼬박 2년 정도 걸렸습니다. 성인들에게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애들에게는 이것들이 만만치 않은 과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