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일이야 일본 키노쿠니야엘 가도 미국 반스 앤 노블스엘
가도 시집은 별 안 보이더라고 우리나라 교보문고도 요즘엔
스산해진다고 하더라만 시가 왜 이렇게 인기가 없지? 난 그 원인이
은유법이라고 봐 생각해 봐 생뚱맞게 두 사물을 갖다 놓고 유사점을
찾으라니 안 그래도 바쁜 세상에 너라면 좋아하겠어 경산(絅山)
선생님도 말년에 ‘물푸레나무를 오얏나무라고 우기자 말자’라고
참회했지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 자꾸 우기다 보면 물푸레나무가
진짜 오얏나무가 돼 근데 물푸레나무의 진위 여부는 사실 문제가
안 돼 물푸레나무와 오얏나무를 비교하여 발생하는 함의, 유추,
상상이 본질이라고 시는 과학의 가장 맞은 편에 있다고 하지
말하자면 시는 가장 비과학적이야 유식하게 말하면 불립문자
(不立文字)를 노린다고나 할까 비결 하나 가르쳐 줄까. 도둑질도
하면 할수록 는다고 자꾸 우기다 보면 진짜 같이 우기게 돼
그게 바로 경산(絅山) 선생님이기도 하고 사실 경산(絅山) 선생님도
「시론」에서 물푸레나무를 오얏나무로 우겼어 다만 그는 고수라서
우기고도 표가 안 났을 뿐이야 그런 의미에서 그가 대도(大盜)라면
우리 같은 쫄짜는 하는 짓마다 들통이 나는 소도(小盜)라고나 할까
아참 주의할 점이 하나 있기는 해 우기는 일이 좋다고 마냥 우기기만
하면 안 돼 그림에도 회사후소(繪事後素)라는 말이 있잖아 그림으로
화면을 다 채우면 안 된다는 거지 우기는 사이사이에 머리도 식힐
겸 쉬운 말로 배경으로 깔아야 한단 말이지 골치 아프지 골치
안 아픈 얘기하고 끝낼게 이백(李白) 알지 말년인지 중년인지는
몰라도 책 읽고 시 쓰고 술 마시고 그 짓만 했대 남이 안 알아줘도
존재의 끝자락에 서서 존재를 만지는 짓 멋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