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음악당 앞, 바닷물에 늦여름 햇빛이 놀고 있었습니다
일렁이는 물결에 빛이 명멸했습니다 지구 나이 45억년에
인간 수명 80년 90년이 일어났다 사라지면서 반짝입니다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당직 간호사가 그분이 ‘작심‘을 하셨는지
지난 밤에 돌아가셨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평생 작살 내던 술이 뇌 골짜기를 무너뜨리고 늙지 않은 나이에
그는 요양병원에 누웠습니다 편마비가 온 팔다리는 마른 장작이
되어 침대에 떠 있습니다 꼬리뼈의 욕창에서 시간이 문드러지고
있습니다 기억이 담긴 아랫도리 기저귀를 매일 손으로 쥐어뜯습니다
아침마다 어떠냐고 물으면 쑥스러운 웃음이 강냉이 이빨 사이로
흘러나옵니다 씩씩거리는 숨소리 들으려고 청진기를 갖다대면
통영 음악당에서 듣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이 앙상한
갈비뼈 사이로 헛웃음치고 흘러갑니다 어색한 눈빛을 보면 젊었을
때 마신 술에 다시 취해 있습니다 한 세상 괜한 곳에 왔다가
간다고 멋쩍은 웃음이 입가에 차갑게 걸려 하늘을 쳐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