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책쓰기는 전혀 다르다
서가에 있던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은 들쳐 보니 앞에 조금 읽다가 팽겨쳐져 있던 책이었습니다. 실용서에 대한 글쓰기라는 느낌이 들어 저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읽다가 중지했던 모양입니다. 어느 날 EBS를 보는데 송숙희라는 분이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글쓰기의 ABC라고 설명하는데 저자 이름을 본 것 같아서 책을 찾아보았습니다. 바로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의 당사자였습니다.
책을 읽다가 중간에 책쓰기에 대한 책도 있을 것 같아 예스24에 찾아들어가서 검색했습니다. 『당신의 책을 가져라』가 눈에 띄는데 이것도 제 서가에 있을 것 같아 샅샅이 뒤졌더니 역시 있었습니다. 우선 읽다가 보니 책쓰기를 할 때의 유용한 정보가 많았습니다. 본인이 책쓰기를 평생해오고 있으니 다양한 경험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기초로 하여 초보자에게 유용하고 적절한 조언을 할 것 같았습니다.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도 그랬지만 좋은 말도 많이 있었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습니다. 우선 책을 너무 풍선처럼 부풀렸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필요한 말만 간추린다면 조금 심하게 말하면 책의 절반 분량으로도 얼마든지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하나는―이것이 송숙희 작가의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인용을 너무 많이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직접 인용하고 거기에 해설을 곁들이는 방식으로 하니까 솔직히 나중에는 이 말이 누구의 말인지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독창적인 작가라고 하더라도 혼자만의 생각을 하늘에서 뚝 따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읽은 책, 혼자 생각한 것이 자신의 내부에서 숙성하여 자신의 스타일로 변용하여 나타나는 것이 글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꼭지의 글에서 반 이상의 인용을 사용한다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쓰기를 이제 시작하는 저로서는 매우 요긴한 조언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송숙희 작가는 우선 이 책이 전업작가를 위한 책쓰기가 아니라 개인 마켓팅 차원의 책쓰기라고 미리 한정하고 있습니다. 즉 문학적 글쓰기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하고는 방향이 안 맞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작부터 성공이니, 마켓팅이니 하는 것이 너무 상업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은 것도 사실입니다. 저로는 책을 쓰는 목적이 베스트셀러를 내는 돈벌이가 아니라 다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책이라는 형식을 빌어 세상에 하나의 표적으로 남기고 싶다는 정도입니다. 그것도 허영이라만 허영일 것도 같습니다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세 가지 정도가 머리에 남아 있습니다. 첫째가 주제 만들기입니다. 송숙희 작가는 책만들기의 핵심 8단계로 착상, 구상, 구성, 집필, 편집, 포장, 제작, 마케팅을 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착상 단계에서 하는 것이 주제 찾기입니다. 이것이 제가 이때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이제껏 저는 소제목의 글들이 많이 모이면 적당히 순서를 정리하여 한 권의 책이 되리라고 기대했습니다. 특히 시나 수필은 그런 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즈음에 와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요즘 책을 내려고 준비 중인 『은유는 몽상하는 촛불이야』의 주제는 초중학생에게 어떻게 어릴 때부터 은유를 가르칠것인가 하는 실천론입니다. 이 책이 완성이 된다면 『구름 위의 요양병원』이라는 책을 쓰려고 합니다. 인생을 마감하는 고령자는 현실의 땅에 발을 디디고 사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구름 위에 떠 있다가 하늘로 갑니다. 이 책의 주제는 이때 그들의 생존방식에 어떤 유형이 있으며 보호자의 반응은 어떠한 것인지 알고 싶은 것입니다. 제가 이 책을 읽기 전 아니 ‘브런치’ 글쓰기 플랫폼을 알기 전에는 그런 ‘주제’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둘째, 책이란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그 내용을 어떤 식으로 담아내는가가 관건이라고 송숙희 작가는 말합니다. 당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당신만의 프리즘을 통과해서 디자인하라고 합니다. 어쩌면 주제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어떤 형식으로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러면 송숙희 작가의 포장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녀의 책을 읽다가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례와 적절한 에피소드, 문맥에 딱 맞는 인용문을 가지고 자신이 말하고 싶은 주제를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합니다. 따라서 송숙희 작가는 정작 글을 쓰는 것보다 자신이 착안한 주제에 맞는 정보를 모으고 분류하는 데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완성되면 어쩌면 책쓰기는 다 된거나 마찬가지일지도 모릅니다. 수집한 정보를 적절히 배합을 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이런 식의 글쓰기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봅니다. 인용문이 너무 많으면 작가의 목소리는 없어지고 맙니다. 사실 인용문도 자신이 소화하여 자신의 스타일로 말하라는 것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송숙희 작가는 이런 점에 있어서는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송숙희 작가는 글쓰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책읽기를 권하나 제가 알고 있던 독서법이 아니라서 조금은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쓰려는 책의 주제와 상관이 있는 정보만을 뽑아냅니다. 따라서 완독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책을 하나 쓰는데 책 500권을 읽는다는 것이 그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셋째는 목차 만들기였습니다. 저의 책쓰기에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이 사실은 이 목차 만들기의 중요성이었습니다. 고백하건대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사항입니다.
책의 제목이 하나의 큰 주제를 표방한다면 그 주제를 받쳐 줄 여러 개의 작은 주제가 바로 목차로 나타납니다. 대부분의 책에서는 챕터로 표기되고 대개 4,5개 정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챕터(소주제)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소제목(꼭지)으로서 대개 10개 정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 주제가 가진 컨셉을 어떻게 풀어갈까 하는 것이 목차의 챕터로 표현됩니다. 송숙희 작가는 자신이 수집한 사례, 에피소드, 인용문을 이들 소제목의 글들에 유감없이 구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송숙희 작가는 도움이 되는 권고를 하나 하고 있습니다. 초벌 원고 쓰기의 원칙으로 일단 써라, 생각하지 말고 쓰라고 합니다. 초보작가라면 누구나 이런 어려움을 겪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초벌 원고를 쓰려고 하면 무언가 격조 있고 멋있는 글을 쓰려는 욕심이 앞서서 글이 잘 진행되지 않습니다. 첫문장을 썼다면 여러 가지 부족하더라도 걱정하지 말고―나중에 교정, 보완하면 되니까―끝까지 써내려가서 완결지으라는 말입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조안 디디언은 말했습니다. “첫문장은 대단한 문장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 한문장 한문장 써라.” 이건 우리가 보통 글쓰기 책에서 보던 것과는 다릅니다. 대부분의 글쓰기 책은 첫문장에 주의해라, 독자가 혹하게 매력적으로 쓰라고 조언합니다.
송숙희 작가는 말합니다. “아무리 엉성하고 엉터리일지라도 초고는 가능한 빨리 완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고에서 중요한 것은 필(feel)이다. 그 필을 유지해야 하니까 계속 쓰라는 것이다.“ 갑자기 나탈리 골드버그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그저 입 다물고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