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명제 연습하기
은유의 원리가 여기에 있다
손주에게 논술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지만 그건 제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무언가 가장 기초적인 것이 있지 않을까 싶어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다가 이혁의 『논술의 정석』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은 본격적인 논술의 문제를 푸는 기술을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니라 중학생과 고1 정도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논술의 기본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 ‘명제’라는 말이 나옵니다. 명제는 ‘그 내용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명확하게 판별할 수 있는 문장이나 식’이라고 합니다. 이혁의 말로는 그게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냥 문장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습니다.
김상환의 『왜 칸트인가』를 읽다가 저로서는 대단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그것은 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길지만 중요하기 때문에 김상환 교수가 명제에 대해 말하는 부분을 인용합니다.
‘칸트 이전까지는 명제를 분석명제와 종합명제로 나누었다. 분석명제에서는 술어에 해당하는 속성이 주어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 .. 예를 들어 ‘삼각형은 세 변을 가진다’ 또는 ‘삼각형은 넓이를 지닌다’ 같은 명제를 보자. 여기서 술어인 ‘세 변’과 ‘넓이’는 모두 주어인 삼각형의 정의 속에 함축되어 있다. 이런 명제는 결코 틀릴 수 없다. 언제나 보편적이고 필연적이다. .. 새로운 내용의 확장은 가져오지 못한다.
이와 달리 종합명제에서는 주어에 없는 속성이 술어에 의해 덧붙여진다. ‘이 삼각형은 금으로 만들어져 있다’ ‘저 삼각형은 초록이다’ 같은 명제를 보자. 여기서는 술어에 있는 ‘금’이나 ‘초록’은 삼각형의 정의에 없는 요소다. 삼각형 자체와 무관한 경험적 사실이 계사(‘~이다’)에 의해 주어에 결합된다. 이런 명제는 분석명제와 달리 내용의 확장을 가져온다. 그러나 이런 궁극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종합명제는 보편적이지도 필연적이지도 않다. 다만 개연적이며, 그래서 언제나 오류 가능성에 빠질 위험이 있다.
앗! 제가 과장해서 말하면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를 소리지를 뻔했습니다. 종합명제가 바로 차이성을 축으로 하는 은유에 해당된다고 저는 생각했던 것입니다. 메타포어의 비밀이 여기에 있었구나!! 하고 저는 제 무릎을 쳤습니다. 제가 그토록 은유에 대해서 천착해 오던 비밀이 바로 종합명제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제가 손주와 함께 4년 넘게 은유를 연습해온 것이 ‘종합명제’라는 것입니다. 저희는 강제적으로 A단어와 B단어를 억지로 상상력으로 연결시켰습니다. 예컨대 은유 과제에서 A=비, B=샹들리에라는 문제에 저희가 답을 내려면 ‘비가 샹들리에 귓속에다가 속삭였다’라고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A=비 하나만을 주어로 가지고 은유를 만드는 이론적 근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뭐라고 했지요? 종합명제는 주어의 속성이 아닌 것을 술어로 갖다 놓는다고 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비가 아스팔트 위를 흘러간다, 비가 지붕을 때린다 ……, 이 문장들의 술어들은 주어인 비의 속성들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부터 ‘비’가 주어일 때 은유를 구사하려면 굳이 B=샹들리에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비’의 속성이 아닌 것을 생각하면서 바로 연결시킬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비’가 주어가 되면, ‘비가 자신의 내장을 문질러서 꾸역꾸역 토해내고 있다’라고 쓴다고 합시다. 여기서 ‘자신의 내장을 문질러서 꾸역꾸역 토해내고 있다’는 서술어는 비의 속성, 즉 비의 특징적 성질이 아닙니다. 이런 것을 글을 쓰면서 자꾸 연상해 낼 수 있는 실력을 길러야 합니다.
분석명제는 대부분 진술일 것입니다. 틀릴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보편적이고 필연적입니다. 반면에 종합명제는 대부분 차이성을 축으로 한 은유입니다. 보편적, 필연적이 아닙니다. 논리학과 수학은 분석명제이고 경험과학은 종합명제이라고 했습니다.
개그맨 중에 지상열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의 언술이 독특하여 동료 연예인들이 그를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말합니다. 그가 나오는 티비 혹은 유튜브를 보면 그의 언술에 같이 출연한 분들이 놀라면서도 대단히 즐거워합니다. 그의 언술이 바로 여기서 말하는 종합명제에 속합니다. 동료들은 당연히 지상열이 말한 주어에 대해 주어에 속한 속성으로 술어를 말하리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고 있는데 주어의 속성에 전혀 속하지 않는 술어를 풀어놓기 때문에 놀라기도 하면서 박장대소를 합니다. 어떤 라디오 스타에 나오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구라도 마일리지가 이제 53살 아니예요.” “상 받고 나니 입에 근력이 많이 생겼어.”옷걸이 좀 건들지 말라고.“ ”혈압이 장난 아니야 지금 마운틴이야.“ ”너 오늘 목젖으로 타종 좀 한다.“너가 왜 내 인생에 깜박이 켜고 들어와?” “나 덤프로 살았다.”셋바닥 열중 쉬엇.“ 개그인 탓에 조금은 과도한 문장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종합명제에 충실하다고 봅니다.
이런 종합명제를 손주에게 훈련시키려고 김훈의 『연필로 쓰기』에 나오는 은유 문장을 골라서 문제를 내었지만 손주가 잘 따라주지 못해 소기의 성과는 없었습니다.
다음은 손주가 종합명제 연습을 한 예를 보입니다.
1 연필은 ~~. 연필은 똥싸개이다.
2 여름에 빛나는 꽃일수록, 가을에는 ~~. 여름에 빛나는 꽃일수록, 가을에는 안개가 된다.
3 무너져서 결실을 이루니, 무너짐과 피어남이 ~~. 무너져서 결실을 이루니, 무너짐과 피어남이 서로 절친이다.
4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면 이 혼백(억새의) 안에 가을빛이 ~~.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면 이 혼백(억새의) 안에 가을빛이 춤을 춘다.
5 억새가 가진 것은 ~~. 억새가 가진 것은 인내뿐이다.
6 작은 꽃씨 하나가 ~~. 작은 꽃씨 하나가 하늘을 반으로 갈랐다.
7 가을 잠자리는 내려앉은 채 바람에 흔들리는데, 가을빛이 ~~ 가을 잠자리는 내려앉은 채 바람에 흔들리는데, 가을빛이 잠자리의 균형이 되어주었다.
8 가을 매미는 ~~. 가을 매미는 소리주머니가 도망쳤다.
9 내가 15년을 살면서 눈 똥의 질감과 표정은 ~~. 내가 15년을 살면서 눈 똥의 질감과 표정은 변덕스럽다.
10 창자 속의 풍경이 ~~. 창자 속의 풍경이 나를 미로로 데려가 주었다.
11 똥의 모양새는 ~~. 똥의 모양새는 키가 컸다 작아졌다 뚱뚱해졌다 말라졌다 한다.
12 간밤에 마구 지껄였던 그 공허한 말들의 파편도 덜 썩은 똥 속에 ~~. 간밤에 마구 지껄였던 그 공허한 말들의 파편도 덜 썩은 똥 속에서 쿨쿨 자고 있다.
종합명제는 바로 은유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야 이제 나이가 들어 순발력이 없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알아도 종합명제를 잘 구사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를 것이라는 것을 손주가 종합명제 연습하는 문장을 보고 알았습니다. 아이들은 유연성이 있어 금방 이런 방식에 익숙해집니다. 그런 아이들이 어릴 때 이런 연습을 해두면 성인이 되어서 글쓰기를 할 때 분명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평소에 주어가 주어지면 그 주어가 가진 속성이 아닌 다른 술어를 연상하여 쓰려고 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아마도 그러한 숙련이야말고 은유를 잘 구사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