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규의 『질문과 과녁』을 읽다가 ‘까불지 않는 시가 좋다’
라는 말을 만나자 전율이 신경 선로를 달렸다 시 쓴다고
50년 가까이 너무 설쳐댔다 무언가 보여주려고 그럴듯한
문자들에게 번들거리는 칠을 했다 은유를 만들어 낸다고
나무 모가지와 바다 모가지를 철사로 붙들어 맸다 그래 봤자
클럽 보이의 반짝이 옷에 불과한 것을… 아버지가 돌아가신
나이에 당도해서 돌아보니 뒷통수 치는 수가 세상 곳곳에 묻혀
있다 이제 와서 새삼 까불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제
버릇 개 못주는 건 아닐까 그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