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시간에 훤화(喧譁)를 털어버리려고 벼가 익어서 벌렁
나자빠진 논으로 간다 논길 옆 고추를 심어놓은 텃밭에
걸어 들어가 내가 막대기로 서 있다 팔을 벌리지 않은 것은
동심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굳어버린 시간 위에 고추잠자리가
앉는다 저만치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저만치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고추잠자리, 머리 위 겹눈 속으로 어린시절은
모자이크 처리가 된다
대나무 끝에 철사를 동그랗게 걸고 거미줄을 입히고는 고추
잠자리를 찾아다녔다 손가락 사이에서 투명한 날개짓을 하고
있는 고추잠자리의 자지러짐이 파동쳐 온다 그가 본 풍경의
비밀이 무엇이었길래 그렇게 온몸으로 낄낄거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