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전략

by 현목




산부인과 의사가 요양병원엘 가니 딱히 할 일이 없더군

젊은 의사보다 능력이 없으니 몸값을 덜 쳐주는 건 감수할

수 있는데 혹시라도 목이라도 잘리면 늙으막에 꼴이 말이

아니니 전략을 바꾸기로 했지 아픈 데 고쳐주는 거야

당연지사고 그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성심껏 아부하는

거 말고는 없더라고

마른 나뭇가지 같은 손을 같이 잡아주고 흔들어 주고 잔금이

간 얼굴을 비비면서 예쁘다고 하고 등이 가렵다면 손톱을

세워 긁어 주고 등 두드려 달라면 마누라에게도 행사하지 않은

서비스를 하고 고자 사위라고 박대하는 치매 할매를 껴안아

주고 실어증 할매 눈을 보고 입을 둥그렇게 모아 같이 우우

소리 내어 주고……

실력이 없으니 이것으로라도 때워야 하는 신세가 처량하지만

아스팔트에 생긴 조막만한 흙덩이에 떨어진 풀꽃이 운명을

탓하기보다 제 가진 초록을 성의껏 펼치는 걸 보니 비감이

들기도 하지만 삶의 비밀이 따로 없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