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의 훤화(喧譁)한 소음이 일부러 나를 골목길에 구겨
넣었다 성당의 붉은 벽돌을 천착하는 담쟁이의 고뇌의
손발이 아프지만 골목 양쪽의 모텔의 엉덩이에 난 조그만
개구멍 사이로 볼일 보러 온 사람들의 차가 눈을 가리고
아웅하고 있었다 통음양(通陰陽)이야 특별한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안 하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젊어서 몰래 플레이보이
잡지를 보는 듯이 누가 볼까 시선이 불안한 모양이다
폐가인지 삼백육십오 일 사람 드나드는 걸 본적이 없다
저녁에 지날라 치면 흐릿한 형광등도 없이 스산하다 이런
집에 꽃이 피다니 그것도 사월에 이 라일락이,
일년 내내 지치고 쇠약해진 마음이 저 폐가이다 굳이
여길 다니길 고집한 것은 이 한 순간의 라일락의 꽃향기
때문이다 ‘칸트의 희망’이 일 년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