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의 독백

by 현목




사천읍 논두렁은 대한(大寒)을 품에 안았다 봄까치꽃의 푸름이

지천으로 누었다 2월이 되자 싸락눈 같은 냉이꽃은 찬바람의

뺨을 어루만졌다 3월에 유럽점도나물이 솜털을 뒤집어 쓰고

번성하기 시작했다 4월이다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에 스스로

소멸의 길로 들어가는 풀이 있다 냉이가 몸의 물기를 날리고

가을날 갈대처럼 누렇게 말라갔다 가는 심(芯)의 줄기에

은행잎을 닮은 잎들이 만장(挽章)을 펄럭인다 냉이의 목줄을

조으는 화창한 봄날, 요양병원 구름 위에 누워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죽도 안 하니 낭패다 조금만 걸으면 난파선의 삐걱거리는

소리 지금 몇 시고, 걸린 해를 잡아당기고 싶네 몇 살인지

내도 모르니 떠다니는 먼지지 고맙심더 소리는 다 받아들이

겠다는 게지 니 입에서 나오는 말은 다 바람 소리야 저 밑

낭떠러지는 포근하다 등을 자꾸 잡아당기니 이라다 굴뚝에

연기처럼 슬그머니 가제 온 몸 안에 살아있는 시간이 근지랍다

잃어버린 기억 속에 둥둥 떠 있는 섬들, 괜찮기는 괜찮지만

발은 이미 허공에 떠 있지 목이 가늘어서 본질을 드러내는

냉이꽃, 구십 평생 살아온 모가지가 남은 세월을 하늘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