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엔 비봉산을 홀로 가야 개망초가 허무하다는 걸 안다
늙은 나무 껍질에 매미 한 마리 어눌하게 걸으며 올라가고
있다 쓰르람 쓰르람 씨우우 쥬쥬쥬 씨우츠 씨우 츠츠르르르
갑자기 소리가 소낙비로 내린다 악이 목젖에 걸려서 헐떡
거린다 기합은 사생결단을 먹고 산다는 걸 검도에서 배웠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는 목이 쉬었다 칠 년 동안 땅속에서
수액(樹液)만 먹고 땅에 올라와서 남은 생명은 한 달이다
내장을 끌어내어 소리를 질러야 내가 연결이 된다
예과 들어가서 한 여름의 매미처럼 미팅을 돌아다녔다 그게
악을 써야 하는 건지 그땐 몰랐다 매미 소리가 내 발 앞에
우두두 떨어진다 이젠 내 한 달이 거의 다 되어 간다 나는
별에다가 대고 악을 써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