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랑한 행복은 만족이다
직박구리는 참새목에 속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텃새라고 한다. 한반도의 중부 이남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새의 모양은 크기가 크다 뿐 전체적으로 참새를 닮았다. 새의 크기는 20cm 정도이고 등은 회갈색이고 배는 허연 회색에 뺨에 갈색 반점이 있다. 부리는 검은색으로 송곳 모양의 날카로운 삼각형이고 꼬리 부분은 참새보다 훨씬 길게 늘어져 연미복 같다.
직박구리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보통 무리지어 날아다니고 있지만 무엇보다 울음소리가 특이하다. 솔직히 말해 새소리가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는 정도이다. “삐액!” 짧고 높은 소리이어서 시끄럽게 들리고 좀 낮은 소리도 불평스럽게 구시렁대는 것 같다. 시골에서는 ‘떠들새’라는 별명도 있다고 한다. 먹성이 좋아서 거의 아무것이나 먹는다. 봄에는 꽃잎이나 꽃의 꿀, 여름에는 벌레를, 가을에는 감 같은 열매를 좋아한다. 성깔이 있어서 ‘조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본의 아니게 붙어 있다. 호전적이라서 비둘기 까치에게 겁 먹지 않고 무리지어서 공격한다.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땅 위에는 거의 내려오지 않는다. 직박구리는 전체적으로 나무 색깔과 닮아서 나뭇가지에 앉아 있으면 얼핏 보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직박구리는 나뭇가지에 앉아서 초록의 잎사귀로부터 비집고 들어오는 햇빛을 생각했다. 언제나 품위를 지키고 고상하게 살려고 나뭇가지에서 내려가지 않고 세상을 조감(鳥瞰)하는데 태어나길 상스러운지 울음소리를 내기만 하면 사람들은 직박구리를 천박하게 본다. 돼지 멱따는 소리가 나오는 건 유전적으로 결정된 것을 어쩌란 말인지. 교양을 닦으려고 해도 배운 게 있어야지. 직박구리는 자신에게 운명지워진 자질을 탓할 수는 없었다. 허전하면 날개를 펼쳐서 빙돌아서 제 자리에 돌아오곤 했다.
인간의 손에 길러진 지 400년이 되어가는 카나리아제도 원산의 카나리아 새가 아무리 울음소리는 둥근달이 산을 넘어가듯이 부드럽고 멋있어도 직박구리는 그걸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디오게네스처럼 그저 직박구리의 본성대로 살다가면 족하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는 발목을 쳐다보았다. 나무의 색깔로 옷을 입고서 숨어서 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직박구리의 울음소리를 닮은 잉꼬을 보면 동질감을 느끼지만 그들의 색깔의 화려함을 보면 자격지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겨우 회갈색을 해 가지고 도사처럼 지내야 하니 그것도 본의 아니게 어려운 일이다. 성질대로 살 수도 없고 몸치장도 구색이 너저분하니 한 세상 살면서 뭐 내세울 것도 없다.
직박구리는 벚꽃이 만개한 벚나무에 앉았다. 벚꽃은 그에게 살아가는 활력을 주는 샘물이었다. 까만 부리를 정곡을 찌르듯이 벚꽃 한가운데를 찾아들어갔다. 어디서 달콤한 냄새와 향기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순간 아득해지는 의식을 다독이고 부리를 더 깊이 넣었다. 입속으로 밀려드는 감미로운 꿀이었다. 혼자서 조용히 삼키고는 부리를 들어올리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누구도 직박구리의 행복을 보는 자는 없었다. 직박구리는 또 다시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어둠 속으로 헤쳐들어갔다. 이 세상으로 들어가는 동안은 직박구리는 자신을 잊는 것이다. 오직 한 가지 꿀을 먹으려는 목표만이 있을 뿐이다. 한 세상 살면서 이런 행복이 없었다면 멱따는 소리를 지르는 것도,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어다가 갖다 주는 노고도 다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어쩌면 에피쿠로스가 와서 보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지을지도 모르겠다.
가을에 마른 가지에 달린 홍시 하나가 눈에 떠올랐다. 홍시 하나는 직박구리가 일 년 동안 살려고 애쓴 흔적이 열린 것이다. 감나무 가지에 앉으면 편안하였다. 홍갈색의 몽랑한 내용물이 직박구리가 죽으면서 보여줄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검은 부리로 찍어올리자 입 주위에 한 줄기 홍시의 살이 실같이 붙었다. 입을 다시면서 그것마저 음미하면서 눈을 지긋이 감았다.
직박구리는 발에다 힘을 주었다. 한 생애가 강물처럼 흘러가면서 여울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일 저런 일 겪은 경험이 추억으로 떠올랐다. 이제는 그마저 떨쳐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날개를 쳐올렸다. 몸이 하늘로 올라가면서 저 세상이 발 아래로 보였다. 이별이라고 생각하자 오히려 세상이 한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 머릿속으로 들어와서 밝아졌는데 그게 무엇이라고 단정은 짓지 못했지만 자신이 살아온 한 생애가 다 알 것 같았다. 하늘에서 머리를 잡아당기는 것을 느끼면서 조그맣게 구멍난 햇빛 속으로 날아들어갔다. 그 속을 다 지나자 이제는 직박구리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만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