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찬 적요

by 현목


에메랄드 빛 적요에도

소리가 난다는 것은 대원사 계곡에 가면 안다

진주 온 지 삼십여 년의 세월에

무단출입금지 팻말을 달아놓았다

황토빛 세월은 바위가 되어 누웠고

그 위로 고요가 꽉 차서 흘러간다

너럭바위에 빨래처럼 걸리면 구름은

설핏한 내 그림자 밟고 지나갔었지

하얀 수국 위로 가라앉은 가랑잎 학교,

아이들이 읽는 국어책 소리를 꿀벌들이 뜯고 있다

물살이 몸피를 깎고 지나고 남은 건

계곡의 위의 틈새에 피어난 파란 한 조각 하늘,

적송이 몸이 빨간 것은 꽉찬 적요가 물줄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소리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