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자유여행

by 현목

일본에 아내와 함께 자유여행을 떠나기는 이번이 두 번째쯤 되는가 보다. 후쿠오카는 두 세 번 간 적이 있어 그다지 설렘도 없었다. 몇 년 전인가는 검도장에서 후쿠오카를 거쳐 쿠마모토로 일본 검도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다지 기대도 별로 하지 않았다. 최대한 여행시간을 아낀다는 의미에서 새벽 비행기 7시로 가기로 했다. 진주에서 새벽 세 시에 일어나서 부지런히 준비를 하니 4시 20분 쯤이 되었다. 가는 도중에 새벽이라 그런지 일반차는 별로 없고 거의 다 화물차였다.


그럭저럭 김해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심사를 했다. 입국심사 때는 언제나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주눅이 든다. 후쿠오카는 정말 한국에서 가까운 거리인가 보다. 비행기 타고 40분 정도가 되니 도착했다. 실 비행시간은 30분 정도가 되는 것 같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짐을 찾고 일러준 버스를 타니 긴장이 되고 어떻게 돈은 내는지 알 수가 없다. 버스 정면 왼쪽에 조그만 화면이 있는데 거기에 번호가 1, 2, 3,... 순으로 적혀 있고 그 숫자 아래에 노란 글씨로 100, 120, 270 등의 숫자가 쓰여 있었다. 그것도 나중에 알았지만 버스를 타면서 입구에 있는 박스에서 정리권을 뽑으면 거기에 숫자가 적혀 있었다. 그 숫자에 해당되는 액수가 자신이 내어야 할 버스 금액이 된다. 버스 기사 옆에는 박스가 있는데 거기에 천엔 지폐를 넣으면 동전이 나오는데 그걸로 자기의 버스 요금을 계산하면 된다. 물론 우리처럼 카드도 사용 가능하다.


우여곡절 끝에 목표로 한 정거장인 하카다에키마에 4丁目에 도착하여 내리니 호텔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우선 적당한 식당에 들어가서 백미에 날계란이 얹혀진 간단한 밥을 250엔 주고 먹고 거리로 나가서 정류장에 있는 지도와 우리가 가지고 간 지도를 비교하면서 SUNLINE HOTEL FUKUOKA를 찾았다. 서투른 일본어를 갖고 일본 사람 붙잡고 거리를 물어보니 의외로 호텔은 우리가 서 있는 장소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니 바로 거기에 있었다.


호텔 데스크에 가서 일본말으로 뭐라고 하기도 전에 “한국분이세요?” 하면서 그대로 한국말로 다 통한다. 속으로 한국 사람이 많이도 오기는 오는 모양이다 하고 중얼거렸다. 체크인이 세시라고 하니 우선 짐을 맡기고 하카다역으로 갔다. 오가는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그저 길 잃은 물고기처럼 이리저리 다니다가 점심때가 되어 일본에서 먹어보리라 하던 돈코츠라멘을 먹으려고 하카다역 이층에 있는 라면가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一幸舍라는 가게 앞에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종업원이 면발을 very hard, hard, soft중에서 고르라고 한다. hard라고 대답한 한참 지나서 가게 들어가서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으니 돈코츠 라멘이 나왔다. 얇은 돼지고기 네 점이 사발 가에 빨래처럼 널려있고 가운데 기름이 둥둥 뜨는 국물 한편으로 면발이 보였다. 한 젓가락 입에 넣었다. 고기맛도 나고 국물도 진하고 마음에 들었다.


식사를 다 하고 후카다 역 지하의 쇼핑 몰에 들어가서 어묵도 사고 선물할 조그만 양갱이도 샀다. 양갱이는 如水庵이라는 상점에서 만든 것으로 ‘아즈미‘라는 양갱인데 팥이 입에서 씹히는 것이 고급스러워 보였다. 일본에 오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왠지 일본 아이스크림은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는 한수 위 같아 보였다. 우유가 우수해서 그렇다고는 하나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세 시가 되어 체크인 하고 호텔에 들어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두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차고 네 사람이 타면 거의 포개어져 올라간다. 아니나 다를까 방에 들어가니 침대 두 개와 화장대 말고는 공간이 별로 없다. 화장실 겸 목욕탕에 들어가면 앉은 자리에서 뒤뚱거리며 몸을 돌리며 일을 봐야 한다. 몸집이 큰 서양 사람이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가히 상상이 간다. 일본에 오면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사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면적이 넓은데도 그들이 공간 활용하는 것을 보면 너무 인색해서 어떤 면에서는 숨이 막힌다. 그들이 넓은 게 좋은 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들 성품 자체가 그런 건 아닌지 모르겠다.


피곤하여 어떻게 해야 할까 하다가 앞에 보니 八百治라는 호텔겸 온천이 있다. 일본에 왔으니 온천을 하리라고 가보았다. 목욕탕은 좀 따끈한 욕탕 하나에 미지근한 물의 욕탕, 그리고 샤워기가 달린 곳, 그리고 사우나가 있었다. 사우나는 이층 계단이 되어 있고 앞에 공간도 없이 다섯 사람 정도 앉으면 꽉 찬다. 일본 목욕탕에 가면 이상하게도 이 사람들은 하얀 수건을 머리에 이고 욕탕에 잘 들어간다. 한국 사람들은 아랫도리를 자랑스럽게(?) 내놓고 돌아다니는 데 비해 그들은 대개 수건으로 아랫도리를 가리고 약간은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욕탕 위쪽에 보니 ‘천연온천‘이라고 한문으로 쓰여져 있었다. 일본 거리를 지나면서 간판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 글인 히라가나가 인상적이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한글이 각이지는 글쓰체이지만 일본의 히라가나는 기본적으로 한문의 초서에서 유래했다. 따라서 일본 글씨는 한문의 초서처럼 다양하게 아름다운 미를 발휘할 수가 있다. 일본 거리를 보면 그런 모습을 많이 볼 수가 있다. 어떤 면에서는 그런 점이 부럽기도 했다.


다음날은 텐진에 있는 식물원에 가기로 했다. 전날 버스 탑승의 요령을 조금 익혀서 오늘은 약간 쉬웠다. 식물원에 들어가니 조금 일러서 사람은 별로 없었는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한 곳에 가니 바로 그날 후쿠오카 춘란 전시회를 한다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들어가니 주최자 두어 사람이 있어 사진을 찍어도 좋으냐고 물으니 그러라고 했다. 아이폰의 샤터를 원도 없이 눌렀다.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춘란이 많은 것 같았다. 거길 지나서 옆으로 가니 마침 양란 전시회도 있었다. 양란은 역시 화려하기는 해도 춘란 같은 품격을 찾기는 어렵다.


점심에는 텐진의 미츠코시 백화점으로 가서 아이쇼핑을 하다가 그래도 어쩌다 먹는 것이니 고급 스시집으로 가서 호사를 떨어보자고 해서 적당한 식당을 찾아가서 점심을 들었다.


오후에는 SUNLINE 호텔로 돌아와서 다시 八百治에서 목욕을 한 후에 그동안 점 찍어 두었던 이자야카엘 향했다. SUNLINE 호텔 주위를 돌아보니 조그만 공원에 사쿠라가 이제 막 폈다. 그 앞에 보니 一波라는 이자야카 있었다. 일본에 오면 이자카야엘 반드시 방문하리라 마음을 먹었기에 목욕을 다하고 거길 가보니 이게 뭔가. 저녁에 한가하던 것이 날이 저물자 손님이 빽빽하게 차버려 밖에서 순번을 기다려야 했다. 종업원이 들어오라고 해서 셰프들이 서 있는 바로 긴 테이블의 아래에 앉았다. 내가 좋아하는 채널 J의 요시다루이의 ‘주장방랑기’와 같은 분위기였다. 술은 일본 사케를 시켜야 하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 서툰 일본어로 시키기도 민망하여 눈에 띄는 짐빔 칵테일을 시키고 명란 구운 것, 샐러드, 생선 구이, 야키멘을 시켜서 먹었다.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지도 어쩐지도 모르고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좋아서 그저 들뜬 마음에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종업원들은 젊었는데 이들은 마치 음식 주문을 받으면 씩씩하게 처리하는 것이 운동경기를 하는 것도 같고 전투를 치르는 것 같기도 했다.


이자야카를 나와 SUNLINE 호텔로 돌아와서 하룻밤을 지냈다. 여행을 하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첫날을 시간이 그렇게 가지 않다가 귀국하려고 하는 하루 이틀 전부터는 시간이 그야말로 쏜살같이 흘러가는 것이었다. 마지막 잠을 자고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시간이 남아서 하카다역을 다시 가서 이곳저곳을 배회하다가 돌아와서 체크아웃하고 버스를 탔다. 이제는 버스를 타는데 약간은 이골이 났다. 버스를 타면서 요즘 내가 도장에 다니면서 7개월째 버스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비교가 되었다. 왠 놈의 한국 버스는 그렇게 속도를 내는지 차를 타고 어정어정하다가는 버스 속에서 벌렁 넘어지기 십상이다. 손님에 대한 배려는 별로 찾아볼 수가 없다. 내리겠다고 벨을 눌러서 빨간 불이 켜져 있는데도 그냥 지나가버려 그 다음 정거장에서 내린 적도 두세 번 된다.


일본 기사는 우선 복장이 파이러트처럼 모자와 정복을 입고 와이셔츠에다가 넥타이를 맸다. 입 앞에는 조그만 마이크가 있어 떠날 때마다 “핫샤 시마스(발차합니다)”하고 조용한 말로 한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신호등을 대기하거나 정거장에 오래 있을 때 시동을 껐다가 발차할 다시 시동을 걸었다. 하도 이상해서 호텔에 있을 때 종업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기름을 절약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여튼 구두쇠 나라라니까.

세시 비행기 타고 현해탄을 건너서 진주에 오니 저녁 아홉시 경이 되었다. 나의 성향이라서 그런지 왠지 나로서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애피너티‘(affinity)가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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