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 해장국

by 현목

선지 해장국



어제 밤에 범람했던 뻘바닥에 주저앉아

왝왝거리고 몸으로 진저리치며

잊고자 했던 기억들

태풍 지나고 맑은 하늘에 구름처럼

한가로이 떠돌고 있다

충혈된 어제의 손을 잡고

둥둥 떠내려온 사지들 거둬들이고

쿨럭거리며 기침하는 의자에 앉는다

외강내유(外剛內柔)의 뚝배기 속 선지 해장국

속에 응어리져 있던 말들이

산지사방 흩어져 나간

공허한 입속으로 들어간다

풀포기 하나 없는 마른 폭포를 지나

구곡양장을 돌면서 쉬었다가 가라고

어머니가 등두리며 지나간다

우야노 그래도 살아야제

몸이 뜨끈해지며 생뚱맞은 개망초

무더기로 꽃피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후쿠오카 자유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