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 벨트로 달리고 있는 고속도로에
올라타면 성질은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벌겋게 변한다
벤츠가 콧등에다가 시옷자 엠블렘을 귀족처럼 펄럭거리고
곁방살이 같은 티코가 앞 뒤 눈치를 보고 쫄쫄 따라가고
활어차가 땟물을 질척이며 뒤쫓아 가고
근육질의 지프차가 쿵쿵거리며 달려간다
언제나 눈알은 전후좌우로 미꾸라지처럼 잘 돌려야한다
언제 어디서 옆을 지나면서 허리춤에 있는 것을
곶감 빼듯 빼갈지 모르니까
잘 닦아 놓은 명예를 뒤를 와서 박아서 찌그러트리고
헉헉거리며 모아 놓은 내 돈을 슬쩍할지도 모른다
도로 게시판은 시속 100키로의 욕망으로 달리라고
도덕 선생 같은 소리를 힘없이 하지만
심지어는 그 이상 달리면 매로 다스리겠다고
눈을 부라리고 있는 카메라까지 달아놓고 있지만
내 앞에 보이지 않는 기름 질질 흐르는 뼈다귀가 있는 한
나는 또 달릴 것이다 온천하고 나온 것 같은 안온을 위해
때로는 도덕적인 안전 속도로
때로는 탈속한 50키로 속도로
그러나 기회만 되고 남이 안 보면
이익이 많이 남는 150키로로
그저 틈만 나면 추월 할 것이고
틈만 나면 추월 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