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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목 Sep 18. 2024

아이코의 견생관(犬生觀)-2

  나는 낮에는 거의 혼자 지냅니다. 주인들이 다 나가고 나면 그 넓은 방을 혼자서 차지하고 있습니다. 혼자 있다고 신난다고 뛰어다닐 일도 없습니다. 친구라고도 할 수 없는 삐꾸는 예전에는 같이 살았습니다. 거실에서 그와 내가 엑스자로 교차하면서 지나쳐도 서로 눈길 하나 주지 않았지요. 지 묘생(猫生)은 지 묘생이고 내 견생은 내 견생이라고 서로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고나 할까요. 같은 공간에 같은 시간에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여 무언가 공감대가 있으면 친구가 될 것도 같은데 이상하게도 우리 둘은 빙탄(氷炭)처럼 서로가 만나면 겉돌았습니다. 그것도 처음에는 신경이 쓰였지만 한참 익숙하니까 그렇게 사는 것도 편하더라구요.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 고양이는 지나 내나 가진 것 하나 없는데 왜 그렇게 잘 난 체 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몸을 틀어잡고는 징그러운 고음으로 냐아옹 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면 정나미가 떨어진다니까요. 주인이 들어오면 꼬리도 좀 치고 달려 들어서 반가움을 표시하고 품에 안기면 주인 좋고 나 좋고 하는 것 아닙니까. 그 고양이는 주인이 자기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까지 새초롬하게 앉아 있다니까요. 그런 고양이를 보면 내가 너무 저자세로 사는 것은 아닌가 하고 반성이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나의 지론은 공생공사(共生共死)이니까 어디까지나 나의 처세술로 주인님에게 아첨을 한다고 보면 그것은 지나치게 피상적으로 보신 것입니다. 


  저는 원래 천성이 사람을 좋아하게 유전인자가 그렇게 박혀 있나 보아요. 지금은 삐꾸는 털이 날리고 오디오 위에 뛰어 올라 똬리를 튼 뱀처럼 앉아 있는 꼴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주인님이 베란다 한쪽에 몰아다 놓았습니다. 걔는 원래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어디 감방에 갇힌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고독을 즐겨서 좋다고 오히려 만족할 것입니다. 내가 실제로 삐꾸한테 물어본 것은 아닙니다만. 


  한낮에 혼자서 어슬렁거리다가 나의 집인 ‘개집’에 들어가서 나의 얼굴과 머리를 나의 두 발 사이에다 묻고 자기도 하고 이것저것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때가 아마 내가 제일 행복할 때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에서부터 자유롭고, 주인의 눈에 있으면―자발적일 때가 많지만―처세술로 주인의 마음에 맞도록 처신하지 않으면 안 될 때도 있는 법입니다. 피곤하여 눕고 싶지만 주인이 오랜만이라고 하면서 공을 던져 주면 그걸 안 물고 올 수가 없지 않습니까. 아무튼 그런 일에 신경을 통 쓰지 않아도 좋으니 홀로 있는 것이 배짱이 편하기는 합니다. 


  내가 그렇게 하루종일 비몽사몽 간에 있으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할 겁니다. 나는 인간들처럼 그렇게 화려하고 심오하고 격이 높은 그런 상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럴 능력도 없고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골치 썩힐 머리는 왜 굴리겠습니까. 힘만 드는데 말입니다. 나는 인간과는 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후각 청각은 인간들과는 게임이 안 될 정도로 내가 탁월합니다. 시각은 제가 열등하기는 합니다. 움직이는 것 캣치하는 것은 내가 나은 것 같은데 인간과 같은 색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인간들이 무지개 운운하면서 색깔을 말하는데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나는 도무지 붉은색이라고 하는 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내 감각에는 그런 색감이 없는데 인간들은 빨간 장미를 보고는 좋아서 죽더라구요. 내가 보기는 그게 그것 같았습니다. 


  그런 나의 감각 때문인지는 몰라도 인간들은 왜 그렇게 복잡하게 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자기들은 꽤나 진보하고 발전했다고 자랑하는 문화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것처럼 온갖 미사여구(美辭麗句)를 사용하여 찬양합디만 사는 데 그렇게 필요한 건가요. 저를 보세요 그런 것 없이도 잘 살지 않아요. 제발 단순하게 살기를 바래요. 하긴 그것도 관점의 차이라고 말하면 할 말도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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