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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목 Oct 18. 2024

따뜻한 피, 뜨거운 말

송주성

따뜻한 피, 뜨거운 말                              

                                       송주성 



               

극지 온혈동물이라는 말을 들으면

잊었던 추억이 되살아나듯 가슴의 피가 뜨거워진다

벌써 입 주변에 허옇게 얼어붙은 극지 온혈동물이라는 말  

   

나는 오늘 처음 알았다

오직 가슴으로 숨 쉬는 것들만이 입으로 운다는 것을

피가 따뜻한 것들은 가슴으로 숨 쉬기 때문이라는 것을     


가슴으로 숨을 쉬어

피가 따뜻한 것들은

피 묻은 그 입으로 입 맞추고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그렇게 하여 가슴에 또 따뜻한 피가 흘러

그 입으로 소리 내어 울고     


가슴으로 숨 쉬어 피가 따뜻한 것들의 어린것들은

얼마나 예뻐

이빨과 발톱들 앞에서

어린 것들의 얼굴은 최악의 약점, 최초의 그리고 최종의 무기     


내 피의 온도도 평생 네 칸, 4도 바깥은 기어오를 수도 없는 낭떠러지

새벽에 가장 낮아 아기와 흰색 화분의 식물과 같이 나는

꿈 없는 향기를 뿜고

저물녁에 가장 높아 노을에 내 눈도 뜨거워     


살아생전 하나의 피는 죽고 하나의 피는 태어나고  

   

주둥이로 눈을 헤치고 언 이끼를 뜯는

극지 온혈동물의 얼굴 허옇게 덮이는 입김을 보면

잊었던 명령이 벌겋게 되살아온다

비애를 삼킨 배고픈 입, 그 입을 열어 

말하라, 뜨겁게     


-----------------------------------------------------------------------------     


1 Three Essentials of Things

①온혈동물은 피가 따뜻하다

②온혈동물은 가슴으로 숨쉰다

③온혈동물은 입 맞추고,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소리내어 운다     


2 Analysis by  m&s     

----ⓜ(metaphor)  ----ⓢ(statement)   ----ⓢ’(simile)     

∙극지 온혈동물이라는 말을 들으면 잊었던 추억이 되살아나듯 가슴의 피가 뜨거워진다

∙벌써 입 주변에 허옇게 얼어붙은 극지 온혈동물이라는 말----ⓢ     

∙나는 오늘 처음 알았다----ⓢ

∙오직 가슴으로 숨 쉬는 것들만이 입으로 운다는 것을----ⓢ

∙피가 따뜻한 것들은 가슴으로 숨 쉬기 때문이라는 것을----ⓢ 본질??     

∙가슴으로 숨을 쉬어 피가 따뜻한 것들은 피 묻은 그 입으로 입 맞추고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그렇게 하여 가슴에 또 따뜻한 피가 흘러 그 입으로 소리 내어 울고----ⓢ     

∙가슴으로 숨 쉬어 피가 따뜻한 것들의 어린것들은 얼마나 예뻐----ⓢ

∙이빨과 발톱들 앞에서 어린 것들의 얼굴은 최악의 약점, 최초의 그리고 최종의 무기----ⓢ     

∙내 피의 온도도 평생 네 칸, 4도 바깥은 기어오를 수도 없는 낭떠러지----ⓜ

∙새벽에 가장 낮아 아기와 흰색 화분의 식물과 같이 나는 꿈 없는 향기를 뿜고----ⓜ

∙저물녁에 가장 높아 노을에 내 눈도 뜨거워----ⓢ     

∙살아생전 하나의 피는 죽고 하나의 피는 태어나고----ⓢ     

∙주둥이로 눈을 헤치고 언 이끼를 뜯는 극지 온혈동물의 얼굴 허옇게 덮이는 입김을 보면 잊었던 명령이 벌겋게 되살아온다----ⓢ

∙비애를 삼킨 배고픈 입, 그 입을 열어 말하라, 뜨겁게----ⓜ          

----ⓜ(4)  ----ⓢ(10)   ----ⓢ’(3)     


3 Comment     

  이 시는 메타포가 4개, 진술이 10개, 직유가 3개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도 시의 주조(主調)는 진술입니다. 냉혈동물이란 말은 살면서 드물지 않게 들은 것 같습니다. “저놈은 하는 짓이 냉혈동물이야”라고 흔히 말합니다. 하지만 ‘온혈동물’은 그다지 들은 바가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렇게 나옵니다.


  ‘조류나 포유류처럼 바깥 온도에 관계없이 체온을 항상 일정하고 따뜻하게 유지하는 동물이다. 물질대사를 통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동물을 말한다. 항온동물(恒溫動物) 또는 정온동물(定溫動物)이라고도 한다. 냉혈동물에 비해 추위를 잘 견디도록 특화되어 있으며 이 때문에 온혈동물은 대부분 몸에 털이 나 있다.


  냉혈동물은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없어서 바깥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동물이다. 체온과 외부와의 열 교환이 빠르며, 추운 겨울에는 체온이 많이 내려가 생활력이 약해지므로 동면하게 된다. 포유류, 조류를 제외한 무척추동물, 어류, 양서류, 파충류 따위가 이에 해당한다.’


  시인이 온혈동물 중에서도 극지 즉 남극이나 북극에 있는 온혈동물을 언급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짐작컨대 시인도 ‘온혈동물’이 어떤 동물인지 처음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온혈동물에 대한 특징에 영감(靈感)이 가고 시를 한편 완성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저도 인터넷을 보고 그 많은 동물 중에서 온혈동물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와 새가 여기 속한다고 하니 새삼스러웠습니다.


  시인이 발견한 것은 온혈동물은 피가 따뜻하다, 온혈동물은 가슴으로 숨쉰다, 온혈동물은 입 맞추고,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소리내어 운다였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 것이 시인의 눈에는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인간의 체온은 평균 36.5도입니다. 저도 처음 알았는데 시인은 인간의 한계체온은 평균체온에서 마이너스, 플러스 4도라고 했습니다. 그 바깥은 낭떠러지라고 말했습니다. 체온이 가장 낮은 새벽에는 꿈 없는 향기를 내뿜고 체온이 가장 높은 저물녁에는 노을에 눈도 뜨겁습니다. 인생이란 체온의 관점에서 보면 따뜻한 피 하나 태어나고 식어버린 피 하나 가는 것입니다. 극지에서 온혈동물의 입에 덮힌 입김을 보면서 시인은 비애를 삼킨 그 입을 열어 뜨겁게 말하라고 합니다. 알고 보면 그 인간은 바로 송주성 시인 자신인 것 같습니다. 아니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포유류는 피가 따뜻하기 때문에 입을 열어 뜨겁게 말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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