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오동 매축지

by 현목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돌아본 하코방 지붕은

달빛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어

열병(閱兵)을 하고 있는

공중변소의 도라무통 위 판자에 걸터앉으면

스멀거리는 냄새는 오히려 나를 세상으로 미는 여울이었다

한 칸 방속에 칡처럼 얽혀서 자는 우리 모습을

바라보는 백열구는 따뜻했지

마당에 잠든 맨드라미가 아침 햇살에 번쩍

눈을 뜨고 붉은 꽃자루를 흔들면

부스스 일어나 송사리떼 되어

시장바닥을 헤치며

힘차게 꼬리치고

학교 운동장의 함성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나는 언제나 꿈꾸는 술래였어







시작 노트


1950년대 국민학교를 성남국민학교에서 다녔습니다. 국민학교라고 타이핑하니 초등학교로 바뀌네요. 초등학교라고 하면 저희의 기억에는 학교시절의 생각이 연결되지 않습니다. 1996년부터 일제의 잔재를 없애기 위해서 그랬다고 합니다. 고소를 금치 못합니다. 일본이 만들어 놓은 것이 얼마나 많은데요. ‘학교, 학문, 철학, 생물, 과학, 자연, 트로트 가요…….’ 유구무언입니다.

그 당시 그 학교의 학생수가 전국에서 3등인가 했습니다.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6천명인가 했고 저학년들은 오전 오후반으로 나누어 다녔지요.

범오동 매축지는 말 그대로 땅을 메꾸어 만든 동네로 피난민들이 주로 살았으며 요즘으로 치면 ‘달동네’에 해당되었습니다. 골목은 겨우 사람 한두 명 지날 정도였고 화장실은 푸세식의 공중변소였습니다. 그래도 우리들은 와글와글. 학교를 참으로 씩씩하게 다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