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반, 공기 반’
요즘 일요일 오후마다 K팝스타4의 오디션 프로를 즐겨 보고 있습니다. 음악에 딱히 조예가 있어서도 아니고 취미가 있어서도 아닙니다. 노래도 굳이 말하자면 못 부르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를 흥미 있게 보는 것은 가수 지망생들이 열과 성을 다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보기 좋기도 하지만 심사 평하는 사람들의 코멘트가 나로 하여금 빠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선 박진영은 얼굴의 외모는 좀 안 된 편인데도 그가 구사하는 어휘가 무식하지가 않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연세대학을 나온 걸로 아는데 그런 걸 보면 걸맞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대단히 감정적이어서 호불호가 아주 명확합니다. 심사하는 노래 도중에 그의 얼굴만 봐도 당락이 결정이 되고 어느 정도의 칭찬의 말을 할 것인가가 대충 짐작이 갈 정도입니다.
반면에 양현석은 역시 거대한 회사를 가지고 있는지 뭔가 판단하는 기준이 사업적인 안목에서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대학도 안 가고 고등학교 중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또 자신이 난독증이라서 책 한 권 읽지 않았다고 하는데 심사하면서 구사하는 말이 예사롭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독학하여 음악에 대한 내공이 있다고 보아야겠습니다.
유희열은 서울대 작곡가를 나왔다고 하는데 예리한 심사는 예상하지만 그에게서 항상 돋보이는 것은 심사 대상에 대해 따뜻한 말을 하는 것입니다. 서른두 살의 김동우라는 사람에게 박진영과 양현석은 냉철하게 불합격을 내렸지만 유희열은 그가 딱히 숨은 자질이 있어서가 아니라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음악에의 열정을 가진 것을 가상히 여겨 자신의 와일드 카드를 사용하면서까지 그를 구제해 주었습니다.
박진영이 제시하는 심사평의 기준이 흥미롭습니다. 첫째 소리가 반, 공기가 반이어야 한다. 둘째 말하듯이 노래하라. 셋째 이야기하듯이 노래하라. 넷째 기술보다는 다른 사람과는 다른 자신의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소설이나―시도 마찬가지겠지만―노래도 어떤 면에선 같다고 봅니다. 소설도 노래도 무슨 철학적 원리는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전자는 문장을 사용하고 후자는 목소리를 가지고 표현합니다. 그렇다고 하면 첫 번째의 공기반 소리 반이라는 발성은 소설의 문장에 해당됩니다. 문장은 정확하면서도 울림이 있고 감각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 세 번째가 말하듯이, 이야기하듯이 하라는 말은 너무 과장된 표현을 하지 말라는 말같이 들립니다. 소설을 쓰더라도 너무 작위적으로 만들지 말고 자연스럽게 글이 흘러가라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네 번째는 자신만의 감정을 전달하여 감동을 주라는 말입니다. 이것은 노래나 소설이나 결국 궁극적인 목적은 같다는 부분입니다. 노래의 고음이라는 기교를 사용하는 것도 더 나은 감동을 주기 위한 방편일 뿐입니다.
이 점에서 나는 생각을 좀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라 언젠가는 나의 목소리로 자연스럽게 나의 감정의 진심을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훈련의 시간이므로 다른 사람의 작품을 흉내를 내어서 기본적인 틀을 몸에 익혀야 합니다. 기성 작가를 모방하여 글쓰기 훈련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다른 사람을 흉내낸 감정이 아니라 내가 경험하고 느끼고 감동받은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 있는 지경까지 가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 착오가 있어야겠습니다. 지금 오디션에 참여한 사람들을 신춘문예에 작품을 낸 사람들과 같은 격입니다. 그들의 노래, 혹은 작품에 다른 사람을 따라한 것이 아닌 자신의 문장과 목소리를 나타내야 하는 시간입니다.
유희열의 코멘트가 인상에 남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작곡을 연습한 것은 앞으로 그렇게 작곡하지 말라는 말이다”라는 말이 나의 글쓰기에 대한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