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한 바닷가재는 어떠한 방향으로 마음을 가져가야 하나’
내용을 모르는 책을 사려고 하면 당연히 목차를 보게 됩니다. 출간한 지 6개월만에 200만부가 팔렸다고 하니 무언가 대단한 것 같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목차를 일별하여 보니 저로서는 딱히 어떤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사다 놓고 차일피일(此日彼日) 미루다가 책을 읽어가면서 왜 빨리 읽지 않았나 하고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피터슨의 바닷가재 이야기는 탁월했습니다. 저로서는 전율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3억5천만년을 이어오는 바닷가재의 생존과 번식의 진화의 방향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바닷가재가 행하는 행동은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성공한 바닷가재는 관용적이고 여유가 있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세로토닌의 수치가 높고 따라서 행복을 누릴 기회는 패자의 바닷가재보다 훨씬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모두가 피가 터지도록 일생 동안 투쟁하여 성공해야 합니다. 그 길만이 행복하고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생을 보장합니다. 나머지 인간은 패배한 바닷가재처럼 인생의 뒤안길을 주저하면서 돌면서 생명이 있는 동안을 참고 견뎌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상위에 있는 인간은 10%, 5%, 아니 1%밖에 안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99%의 인간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하면서 살아야 하나요. 그는 패한 대로 낮은 세로토닌을 자신의 운명이라고 감수하면서 시간을 보내어 생을 마감해야 하나요. 그러나 ‘12가지 인생의 법칙‘ 같은 조언을 갈구하는 것은 패한 바닷가재들입니다. 그들이 그 답답한 시간을 어떻게 극복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하는 것을 알고 싶어합니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애타게 그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제가 읽어보기에는 그런 목마름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하는 점에서는 저로서는 약간은 실망이 갑니다. 왜냐하면 패한 바닷가재가 어떤 방향으로 마음을 가져가야 하는 것을 확실히 지적하는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피터슨의 논리의 전개는 거의 각 챕터마다 비슷합니다. 자신의 경험 사례를 길게 늘어놓고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각 챕터의 법칙에 적용을 시킵니다. 그런 논리가 저로는 이해는 가지만 감동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각 챕터마다 전개하는 논리에는 예리한 것이 많아 기억해 두어야 할 것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성경의 구절을 새로운 각도로 해석을 한다든지, 그는 분명히 하나님을 믿는 신자인 것을 밝히면서도 소위 ‘근본주의자’들 같은 경색된 안목이 아니라 진화론도 인정하고 또 성경의 이야기가 설화일 수도 있는 것을 인정하는 듯하는 것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피터슨이 의미 있는 인생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말하는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적용해보라고 하는데 이것은 너무 가짓수가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인간은 이렇게 많은 수는 잘 기억을 못합니다. 이야기를 하거나 글을 쓸 때 전하고 싶은 내용을 세 가지 정도로 말해야지 그 이상이 되면 듣거나 읽는 사람이 이해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너무 복잡하면 인간은 자신의 머리에서 멀리해 버립니다. 그런 면에서는 피터슨의 이 책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후반부에 가서 피터슨의 딸이 소아성 다발성 관절염을 앓으면서 부모로서 같이 투병 생활을 하는 것은 가슴에 많이 와닿았습니다. 저는 의사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뒤편에서 경험한 것을 들려줄 때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미카일라가 발목에 인공관절을 해도 통증이 심해 의사가 발목을 절단하자고 했을 때 우연히 영국 출신의 물리치료사가 발목에 대해 물리치료를 하면서 통증이 사라지면서 지금까지 잘 유지해 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만약에 의사를 신뢰하고 발목을 절단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과연 현대의학이 자신만이 정당하다고 해야 하는지 반성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진료는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우를 경험했습니다. 어떤 환자가 호흡곤란으로 기관절개를 하자고 했으나 거부하고 저의 병원에 와서 지내다가 삽관용관을 제거 후 그 환자는 기관절개를 하지 않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환자의 경과는 알 수 없습니다. 반대로 피터슨과 같은 경우에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선택이 어렵기 때문에 누구나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참고로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적어 둡니다.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법칙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법칙 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법칙 4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법칙 5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법칙 6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법칙 7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법칙 8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법칙 9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법칙 10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법칙 11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법칙 12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