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부터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밥 벌어 먹고 살기 바쁘다가 2001년부터 ‘포엠토피아’―지금은 없어졌습니다만―라는 인터넷 시창작 교실에서 돌아가신 이기윤 육군사관학교 국문과 교수님, 이화은 시인님의 지도를 받아왔습니다. 혼자서 글쓰기 책도 읽고 잡문을 쓰면서 저의 컴퓨터에 저장을 해왔습니다. 언젠가는 자비로 출판할 날이 오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지내온 셈입니다. 왜냐하면 신춘문예에 합격한 것도 아니고 번듯한 등단 작가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을 만난 것은 저 개인으로서는 행운인 것 같습니다. 제가 쓴 글들을 공적인 장소에 올린다는 의미도 있습니다만 무엇보다 책으로 글을 정리한다는 것에 대한 안목이 생겼습니다. 책쓰기에 관한 유튜브를 이것저것을 보다 보니 유용한 정보도 많이 얻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주제에 소제목으로 40개 정도, A4용지 100장 정도면 내용은 차치하고 일단은 책이 한권 된다는 말을 듣고는 제 컴퓨터에 그런 것을 저장해 놓은 것이 있나 하고 뒤져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놀랐습니다. 2012년 9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느티나무와 친구들’ ‘봄비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전자는 100번, 후자는 136번을 써놓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연유는 쥬디 리브스의 『365일 작가연습』의 연습문제를 플다가 그렇게 되었습니다. 쥬디 리브스는 15분 제한 글쓰기를 권합니다. A4용지에 15분 가량 쓰면 저의 경우는 2/3가량 채우게 됩니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내가 어떻게 이런 생각들을 했지?” 하는 의문과 함께 좋았던 것도 잠시였고 이 글들의 정체성을 알 수 없었습니다. 일기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시라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머리가 혼란했습니다. 산문시의 냄새가 나기는 나는데 자신이 없었습니다.
옛날―2016년입니다만―에 정리해 두었던 수전 티베르기앵의 『글쓰는 삶의 일년』이라는 책이 생각났습니다. 거기 보면 산문시에 대한 챕터가 있어 리뷰해 보았습니다. 티베르기앵은 시적 산문과 산문시로 크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티베르기의앵 말에 의하면 시적 산문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가 리듬이라고 했습니다. 리듬에는 박자, 단어소리, 반복이 있다고 합니다. 박자는 ‘문장의 흐름’이라고 말하나 뭔가 딱 떨어지는 말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문장 길이의 장단이 아닌가 하고 혼자 생각해봅니다. 단어소리는 ‘타닥타닥’ 같은 의성어라고 하는데 특별히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다음은 중요한 단어의 반복을 가리킵니다.
둘째는 이미지 요소입니다. 이미지란 시각화를 의미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비유법인데 저 개인적으로는 은유(metaphore)가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상상의 산물이며 우리의 마음 속에서나 그릴 수 있는 심상(mental picture/心象)입니다.
셋째는 불필요한 단어와 문장 쳐내기입니다. 이것은 산문시에 특히 적용됩니다.
산문시의 특징은 우선 행갈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시적 산문처럼 그 안에 리듬과 이미지, 압축(간결함)이 있습니다.
산문시에는 크게 나누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물 산문시(Object Prose Poem)과 다른 하나는 이야기 산문시(Narrative Prose Poem)입니다.
사물 산문시의 설명을 티베르기앵은 로버트 블라이(현대 시인)의 말을 인용합니다. ‘하나의 사물을 붙잡고서 그것이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줄 때까지 거기에 매달린다.’ 사물 산문시의 특징은 발견과 관찰과 환상이라고 했습니다. 송재학 시인의 ‘공중’이라는 산문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시인은 곤줄박이 새(사물)의 색깔을 관찰합니다. 그리고는 그 색깔이 공중의 허공에서 왔다는 것을 발견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바람결 따라 허공 한줌 움켜쥐자 내 손바닥을 칠갑하는 색깔들 오늘 공중의 안감을 보고 만졌다’라고 상상(환상)합니다. 사물 산문시는 행갈이만 없다뿐이지 시적 긴장은 운문시와 거의 다를 바 없습니다.
이야기 산문시는 어떤 면에서 초단편소설과 비슷합니다. 설정된 줄거리에 예상치 못한 비약 혹은 반전이 있습니다. 사물 산문시보다는 시적 긴장이 덜하지만 그래도 리듬, 이미지, 압축을구사합니다.
여기까지 오자 제가 쓴 글인 ‘느티나무와 친구들’과 ‘봄비 이야기’가 바로 수전 티베르기앵이 말하는 이야기 산문시에 해당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산문시는 대개 두 페이지, 그러니까 A4용지 한 장을 넘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저의 글은 대부분 A4용지 한 장이었습니다. 완성도에는 많이 못미치는 글들이지만 훈련하는 셈치고 연재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