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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y May 24. 2022

겨울의 베를린과 봄의 베를린 사이에서 여행하다(2)

유대인 공동묘지, 뮤제움스인젤(Museumsinsel), 체크포인트 찰리

4. 유대인을 위한 공동묘지(jüdischer Friedhof Weißensee)


어제 그렇게 밤늦게까지 알렉산더 플랏츠에서 가까운 아시안 카페에 들려 버블티를 하나씩 시켜 먹으며 수다를 떨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최대한 싼 프랜차이즈점 호텔에서 숙박하기 때문에 변두리까지 빠져나가야만 했다. 우리는 여행경비를 최대한 줄여서 전시회나 맛집을 가는 데에 쓰기로 했다. 그래서 그런지 밤늦게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낮과 중심지인 미테(Mitte)와는 다르게 을씨년스러웠다. 자욱하면서 차갑고 습한 안개가 가로등과 트람(Tram)의 불빛과 만난 어두운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아침이 되자마자 다시 트람과 버스를 이용해 유대인 추모 공동묘지로 향했다. 우연히도 우리가 기다리던 버스정류장에는 교통권 판매기-베를린뿐만이 아닌 독일 곳곳에 교통권을 살 수 있는 교통권 판매기가 웬만하면 다 설치되어있다- 가 없었기 때문에 DB Navigator라는 독일 국영 철도회사 앱을 통해 일일 권을 구매했다.


이른 오전에 출발했기 때문에 여전히 공기에는 차가운 습기들이 서려있었고, 하늘도 비 올 듯이 뿌옇게 구름이 꼈었다.

그렇게 하얀 하늘 아래에서 햇빛을 받으며 유대인 공동묘지로 향했다. 입구에 다다르자 육망성과 히브리어와 독일어로 쓰여있는 비석이 보였다.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며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였지만, 왼쪽으로 먼저 돌아보기로 했다.


입구에서 가까운 거리에서는 관리된 묘들만이 보였는데, 계속 가다 보면 이름 없는 묘비나 부서지고 망가진 무덤들도 보였다. 아마 국가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해주는  아니라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관리를 따로 해주는 모양이었다. 유대인 이름뿐만이 아니라 독일인 이름도 보였다. 아마 유대교를 믿었던 독일인이거나 2세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묘지의 규모는 꽤 컸다. 여기를 구석구석 둘러보기까지에는 일정이 빡빡해 외곽에 있는 곳들을 위주로 입구까지 돌아서 도착했다.


사실 나는 여기 이외에도 유대인을 추모하는 기념비가 세워진 곳도 가보고 싶었다. 수업시간에 나치 이후에 유대인에게 벌어졌던 일에 대해서 어떻게 후손으로써 대처해야 하고 각각의 방법론과 태도, 그리고 영향력에 대한 부분을 배울 때 나왔던 예시 중의 하나가 거기였다. 나중에 여유가 되어 방문할 수 있다면 여기에 추가로 첨부하겠다.



내부는 사진촬영이 가능하지만, 영리적인 목적으로 촬영하는건 엄격하게 금지되어있다.


유대인 관련 방문해볼 곳 추천 리스트 (베를린 한정)


- 학살된 유대인들을 위한 기념비 (Denkmal für die ermordeten Juden Europas, 주소: Cora–Berliner–Straße 1, 10117, Berlin)

-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jüdisches Museum Berlin, 주소: Lindenstraße 9–14, 10969, Berlin) : 추모보다는 박물관 느낌이다

- 안나 프랭크 젠트룸 (Anna Frank Zentrum, 주소: Rosenthaler Str. 39, Berlin) : 안나 프랭크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역사박물관이라고 한다. 관련 같은 생각을 가진 업체들과 연계되어있다고 한다.

-새 유대교 회당 (neue Synagoge Berlin, 주소: Organienburger Str. 28–30)

- 페스탈로찌 유대교 회당 (Synagoge Pestalozzi, 주소: Pestalozzistraße 14, 10625, Berlin)

– 리케 스트라세 유대교 회당 (Synagoge Rykestraße, 주소: Rykestraße 53, 10405, Berlin)




트람을 타고 다시 자연사박물관으로 가는 길. 결국 오늘도 입장 거절당하고 뮤제움인젤(Museuminsel)로 향했다. 세 번째 사진은 보덴뮤제움(Boden—Museum)


5-1. 박물관 투어 : 보덴 뮤제움 (Boden–Museum)


자연사박물관에서 두 번째로 예약없이 입장하기를 시도해 보았지만, 거절을 당하자 현실을 인지하고 가까운 뮤제움스인젤(Museuminsel)로 향했다. 뮤제움인젤은 베를린의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베를린 돔과 상당히 가까이에 있다. 둘 다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명소인데, 말하자면 여기에 오게 되면 일석이조인 것이다. 프리드리히 스트라세와 훔볼트대학 근처에도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모여있다. 거기에 있는 박물관들은 대부분 역사박물관들인데, 그것에 대해서는 조금 이따가 설명해주겠다.


뮤제움인젤은 슈프레 강에 감싸있는 형태로 마치 섬처럼 홀로 서있는 형상을 한 반도와 같은 곳과 그 근처의 광장을 부른다. 그중에 보덴 뮤제움(Boden–Museum)은 외딴섬처럼 서있는 반도 끝자락에 홀로 위치해있는데, 낮에 봐도 멋있고, 밤에 보면 슈프레 강에 반사된 불빛들과 어울려 아름답다. 내부는 대리석과 황금빛에 레드카펫으로 마치 궁전처럼 굉장히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데, 식당과 카페가 이 층에 있고,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일 층에 티켓을 사는 곳이 바로 우측에 보이며, 반대쪽에서 보증금을 내고 옷과 가방을 맡기고 들어갈 수 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초반에는 중세에서 근대 사이의 기독교적이고 신화에서 비롯된 석상들이 대부분 전시되어 있다. 그러다가 후반쯤 되면 동전 전시(Münzensammlung)로 이어지는데, 실제 화폐가치로 인정된 동전부터 장식용 동전까지 역사별 쓰임 별로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맨 마지막에는 주조과정들이 단계별로 전시되어 있다.



보덴뮤제움 내부전시. 대부분 조각상이 많았고 마지막엔 동전역사전시회가 있었다.


5-2. 박물관 투어 : 제임스 시몬 갤러리의 전시 (James–Simon–Galerie)


첫 번째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또 난관이 찾아왔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먼저 이 무제움스인젤에 있는 전시관을 전부 들려본 다음 시간이 남으면 체크포인트 찰리, 기술박물관(technisches Museum), 그리고 포츠다머 플라츠(Potsdamer Platz)에서 거리 구경을 하기로 했었다. 우선 이곳의 전시관들은 표가 대부분 매진되었다. 그렇기에 남은 5개의 전시 중에서 2개에서 3개 정도만 먼저 둘러보고 시간이 남으면 기술박물관이나 함부어거 반홉 무제움으로 가기로 했다.


먼저 여기에는 총 6개의 박물관, 미술관이 있다. 보덴 뮤지움은 이미 우리가 방문했던 곳이고, 그걸 제하면 알테 나시오날 갤러리 (alte Nationalgalerie), 알테스 뮤제움(altes Museum), 노이에스 뮤제움(neues Museum) 그리고 페르가몬 뮤제움 (Pergamonmuseum), 페르가몬 파라노마 (Pergamon. Das Panorama) 이렇게 있다. 우리는 선택권이 크게 없었기에, 이란의 역사의 흐름에 따른 문화와 예술에 대한 전시를 봤었다.


한 가지 여기 박물관들을 방문할 때의 팁이 있다면, 여기도 이 여섯 개의 박물관을 조금 더 싼 가격으로 묶어서 표를 예매할 수 있다. 만약 박물관이나 전시를 좋아한다면, 먼저 온라인으로 날짜까지 정해서 표를 미리 예약하고 여유롭게 관람하길 바란다. 이 종합티켓의 가격은 대략 19€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들은 월요일에 휴무이니 참고하고 계획해야 한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모습들.


일단 뮤제움스인젤에서의 투어를 끝내고 점심시간이 조금 넘어 밥을 먹었다. 친구는 일식이 먹고 싶다고 했고, 그 말을 들은 나는 원래 여기서 1년이나 살았었다는 자부심에 당연히 이신(Ishin)을 가야 한다고 말하며 프리드리히 스트라세로 다시 향했다. -어차피 다음 목적지인 체크포인트 찰리는 프리드리히 스트라세에서 쭉 슈타트 미테 방향으로 직진하면 나온다. - 이신은 베를린에서 손꼽히는 맛집이자 최고의 아시안 음식점으로 유명한 맛집이다. 내가 거기서 제일 좋아하는 요리는 우나기동(Unagi–Dong)과 아부리 사케동 (Aburi–Sake–Dong)인데 이 두 가지를 맛볼 수 있는 집도 내가 알기로는 이 집뿐이다.


근데 운명의 장난인 건지, 이 날은 문을 닫아 가까운 곳에서 음식을 먹었다. 내가 알기와는 다르게 여기에서도 장어덮밥을 팔아서 맛있게 만족하며 먹었다. 이름은 스시 미야비(Sushi Miyabi)인데, S반 바로 옆에서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 함부어거반호프 미술관(Hamburger Bahnhof)에 가야 하는지, 체크포인트 찰리(Check point Charlie)를 가야 하는지 먹으면서 고민한 결과, 가까운 곳인 체크포인트 찰리부터 먼저 방문해보고 시간이 남는지 확인하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함부어거 반호프는 어학시절에 다녀온 미술관인데, 이곳도 방문하기에 꽤 좋은 명소이다. 같이 동반한 친구가 미술쪽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여기로 가자고 이야기를 했지만, 친구는 베를린의 특징적인 장소를 가보고 싶다고 해서 체크포인트 찰리로 가기로 한 부분도 이 결정에 크게 반영되었다.



첫 번째 사진은 훔볼트대학 도서관 입구, 식당 바로 앞에 있었다. 3번째는 장어덮밥.


6. 체크포인트 찰리 (checkpoint charlie)


독일인 중에, 특히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 중에, 역사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외국인 친구가 생긴다면 꼭 데려가는 장소 중 하나이다. 체크포인트 찰리는 독일의 냉전시기, 즉 분단되어있던 시기와 연관성이 깊은 역사적 명소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베를린이 다른 도시에 비해 역사적인 도시로 기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1차 대전, 2차 대전, 냉전 모두 다른 나라들도 겪었을 것이고, 분단의 아픔도 겪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베를린의 경우는 조금 특별했다. 독일은 분단 당시 수도가 두 개였다. 서독은 본, 동독은 동 베를린. 근데 왜 동독은 고유의 수도를 갖지 않았고 베를린의 일부만을 수도로 인정해버린 걸까....?


베를린은 세계 2차 대전의 종전 이후에 영국, 프랑스, 소련, 미국의 4개의 나라들로부터 통치되었다. 왜냐하면 베를린은 그 당시에도 수도였었는데, 하필이면 소련의 통치하에 있는 동독의 영역에 갇혀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서쪽은 세 나라가 차지하고 그중 소련으로부터 통치되었던 부분이 원래 소속된 동독으로 나누어진 것이다.


그리고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이유도 바로 이 시대의 정치적 긴장감에 있다. 대부분의 동독 민중들이 사회주의적인 정치 구조에 불만족하여 서독으로 이사하고 싶어 하자, 이걸 막기 위해 1961년부터 베를린 장벽을 세워 베를린의 서독 부분을 완전히 고립시켰다.


이 체크포인트 찰리는 그 당시 서로 서독에서 동독으로, 그리고 동독에서 서독으로 넘어가기 위한 통로 중에 하나였다. 이름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통치 구역과 소련의 통치 구역 사이에 설치되어 있으며, 찰리(Charlie)는 ICAO-국제 알파벳 기호 C 가 여기서 찰리로 쓰였기 때문이다. A존인 알파(Alpha)도 다른 지역에 있고, B존인 브라보(Bravo)도 전 영국의 통치지역에 있다고 한다. 현재 놓여있는 국경검문소 건물은 같은 위치에 새로 복원한 거라고 한다.





체크포인트 찰리의 부근 모습. 첫 번째 사진은 동독(DDR)이라고 쓰여있다. 세 번째 사진에 세계라고 쓰여진 열기구가 인상깊었다.


체크포인트 찰리를 구경하고, 근처에 있는 사진점이나 기념품샵을 들리다가 근처 박물관으로 즉흥적으로 들어갔다.

이곳엔 박물관을 제외하고도 둘러볼만한 장소가 굉장히 많은데, 우리는 지극히 그 일부만 보고 나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박물관이랑 복원된 국경검문소를 제외하고 다른 볼거리들은 다음과 같다.

-블랙박스 칼터 크릭 (Blackbox Kalter Krieg) : 장벽의 흔적과 그것에 대한 역사적인 설명이 보가 좋게 쓰여있다. 베를린 장벽이나 냉전 당시 독일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가보길 추천한다.

- The Wall –asisi Panorama Berlin : 파노라마 박물관인데, 벽이 새워졌던 당시의 상황에 대해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 입장료는 5유로에서 10유로 사이이다.

- 하우스 암 체크포인트 찰리 (Haus am Checkpoint Charlie)

– 하우스 암 채크포안트 찰리의 박물관(Museum Haus am Checkpoint Charlie): 이곳의 입장료는 14,50€이다.



이 박물관은 블랙박스 칼터 크릭 부근에 만들어진 오픈돤 까만 전시관이다. 무료이니 마음껏 들어가도 된다. 공산주의의 흔적이 담긴 볼거리들이나 냉전시기의 정치적 기사들의 일부와 사진들이 전시되어있다. 그중에는 한국전쟁에 대한 내용도 일부 찾아볼 수 있었다. 해외 자국에 대한 박물관에서 우리나라 이야기를 보는데 이게 하필 뼈아팠던 역사 중 하나인지라 이걸 반갑다고 해야 할지 비극이라 애도를 표해야 할지 갈팡질팡했다.




첫 번째 사진에 세계 이차대전 이후 독립하고 분단된 한국의 프로파간다 선전포스터가 전시되어있다.



맨 마지막에는 세계 2차 대전과 냉전 이후 미래의 전쟁에 대해 예견해놓은 기사나 전시가 있다. 대부분이 핵전쟁에 대한 이야기 었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사이버 전쟁이었다.


사이버 전쟁(cyber war)에 관한 내용을 이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서 듣게 되었었다. 현대에 있어서 인터넷은 가상현실, 즉 현실과 이어져있는 또 다른 세계라고 불릴 만큼 발달되어 있어 어색하지 않기에, 다음의 세계대전은 핵전쟁이 아닌 사이버 전쟁으로 예측하는 글들이 신빙성이 있었다. 세 번째 사진은 리처드 알란 클락이 미래의 사이버 전쟁에 대해 예견해놓은 책이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읽어볼 의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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