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과 헝겊 토끼 인형 만들기 4
인형을 만들기 전에 각자의 바늘과 핀침을 꽂을 핀침꽂이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원래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토끼인형을 만들어 볼 생각이었지만 사람 닮은 인형 몸에 핀침을 마구 꽂는 게 무슨 부두교 저주 인형 같아서 이상하다는 여론이 많았다. 무엇보다 아이들 각자의 바느질 짐들을 에코 백에 담아 보관하는데, 이름표도 필요하고 해서 자기 이름이 새겨진 별 모양 핀침봉을 만들어 에코백에 매달자, 라고 생각해 낸 것이다. 스스로 매우 기특해 했다! 바느질도 배우고 뒤집기와 솜 넣기 워밍업도 해보고, 이름표도 달고, 핀침도 꽂고~! 역시 나의 창의력은!!
그런데 그게 두 시간 안에 끝나지 않는 일이란 걸 짐작이나 했으려나? 두번째 시간에 핀침 꽂이를 완성한 사람은 단 세 명! 이렇게!
완성하지 못한 학생 중에는 너무 꼼꼼해서, 정말 예쁘게 만들고 싶어서 오래 걸리는 아이도 있다다, 이렇게.
중3 남학생 바느질 솜씨인데 솔직히 나보다 꼼꼼하다. 나는 대충 바느질 하고는 멀리서 보아 예쁘면 만족하는 털털한(?) 성격이라 바느질이 삐뚤빼뚤한 편이다. 저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도 글씨도 반듯하게 쓰고 글쓰기 할 때도 완벽하게 쓰곤 하던 친구들이다. 꼼꼼함은 성격인 게 맞다.
그런데 어쨌거나 다음 시간엔 인형 만들기를 시작해야 한다. 자, 오늘 수업은 이제 정리하자~! 라고 말하니 아이들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냐고, 이 별은 다음 시간에도 완성을 하긴 하는 거냐고 묻는다. 마지막으로 교실을 나가는 학생은 "선생님, 올해 안에 인형을 만들 수는 있나요?" 묻는다. 두 시간 동안 단 1초도 쉬지 못하고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해 다크 서클이 가오나시처럼 내려온 주제에 나는 씩씩한 목소리로 "그럼! 당연하지!" 라고 외쳤다.
정 안 되면 재봉틀을 대동할 것이다. 안 그래도 과학실에서 엄청 비싼 브라더 미싱을 샀단다. 물론 처음부터 미싱을 들고 가진 않을 거다(너도나도 '샘, 바느질 넘 힘들어요, 제 것은 전부 재봉틀로 드르륵 해주세요' 이럴까봐...). 일단 다음 시간엔 인형 재단을 해야 해서 온갖 헝겊들을 펼쳐놓고 원하는 색깔을 고르라고 했다.
인형 헝겊은 다이마루 혹은 페이크 퍼를 썼다. 나는 멜란지 오트밀 다이마루로 인형을 만들었는데 아이들은 아이보리 페이크 퍼를 선호했다. 인형 만들기에 동참한 선생님들 몇 분은 민트 페이크 퍼나 인디고 핑크를 고른 분도 계시다.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면 한 명분씩 헝겊을 자른다. 이 색깔로 어떤 인형이 될 건지 상상도 해본다. 아무리 개떡같이 만들어도 예쁠 것이다. 각자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각각의 인형들은 모두 예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