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진심으로 즐기는 쿠바인들은 재능도 대단해서 가는 곳곳마다 정말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준다.
뜨리니닷에서는 공원에서 연주하는 사람들을 보고 한 관광객 여자분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공사현장으로 출동하던 쿠바아저씨가 길을 가다 말고 갑자기 그분과 손을 잡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았다. 연주도 ‘굿’이지만 지나가다 갑자기 춤판에 뛰어든 그 두 사람도 정말 멋졌다. 춤이 끝나자 서로 우아하게 인사를 나누더니 여자는 옆에서 구경하던 머리 묶은 잘생긴 남자(그녀의 짝궁인 듯)에게로 갔고 쿠바뇨는 거기서 멀지 않은 자신의 공사현장으로 유유히 떠나갔다.
나는... 그들 뒤에 앉아서 맘껏 박수를 쳤다. 동전은... 음... 안 넣고 그냥 왔다. 그렇게 만나는 연주 현장마다 CD를 팔아주고 동전을 건네기엔 그들이 '느무~' 많았다는 거.
뭐, 아름다운 음악에 그 정도 대가도 못 치르나? 라고 묻고 싶으시겠지만, 여긴 동네마다 예술고등학교가 있는 곳, 음악이 생활화되어 있다 보니 (희)귀함이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
월요일 새벽까지 음악을 즐기는 마을 사람들
쿠바 사람들이 어찌나 음악과 춤을 즐기는지, 산타클라라에서는 호텔 아래층 클럽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밤새 시달려야 했고 다시 돌아온 아바나에서는 월요일인데도 새벽까지 노래를 부르는 동네 사람들에게 시달려야 했다.
소리만 들어도 둥글게 둘러 서 있는 그들이 보이는 듯하다. 한참 춤추고 노래하는 것 같더니 한 사람이 독창으로 한 두 소절 정도 노래를 부르는데 바이브레이션이 장난이 아니다. 그의 멋진 목청에 박수로 화답하던 동네 사람들, 그리고 그에 화답하는 또 다른 이의 노래가 이어진다. 이분도 노래깨나 하는데 성량은 앞에 사람에 좀 못 미치긴 한다. 하지만 역시 길게 이어지는 바이브...
그래, ‘나가수’ 이후 ‘질러대는 노래’에 사람들은 감동하고 박수치고 점수를 준다고 장르가 다른 뮤지션들이나 애호가들의 질타가 있긴 했지만 동서고금 성량 좋고 높이 올라가고 격정적으로 떨리는 목소리에 사람들이 전율을 느끼는 것 사실인 것도 같다(개인적으로 록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지르는 창법을 좋아한다. ^^) 하여간 또 동네 사람들이 환호와 박수~. 어른들이 소리를 지르니 기분이 좋은지 작은 꼬마들도 덩달아 꺅~ 꺅~ 하고 소리를 지르는데 콩콩 뛰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2016년 1월 25일(월요일, 쿠바 현지 날짜), 토사곽란 후 새벽 4시 30분 공항행 택시를 타기 위해 잠시 눈을 붙인 병든 몸으로 쿠바를 떠나는 그 아침까지 나는 동네사람들의 월요일 새벽의 축제를 상상하며 음악적 수면으로 비몽사몽했다는 거....
마음에 여유가 없다면 즐길 수 없는 음악과 춤과 축제의 공동체를 부러워하긴 했다. 아주 오래 전 잃어버린 어떤 세계가 꼭 이렇지 않았을까, 감각은 원초적인 그리움을 느끼면서 몸은 부족한 수면에 반응한다. 혹시 쿠바가 가난을 벗고 자본주의의 물살에 올라타면 이런 장면들은 사라지게 될까? 이 세상엔 동시에 가질 수 없는 귀한 것들이 너무 많긴 하니까... 그런 상념에도 젖어 보면서...
아바나에서는 T1, T3 버스를 꼭 타보시라
쿠바에는 탈것이 많은데 아바나에서는 T1, T3 버스를 꼭 타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아바나의 둘째 날, 우리는 뚜껑이 없는 2층짜리 T1 버스를 타고 한 2시간쯤 아바나 시내를 돌아다녔다. 열대의 나무들을 머리 위로 스치며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그런 경험, 바람을 맞으며 높은 시선에서 사진을 찍는 경험이 흔치는 않을 것이다. 나무가 머리 위를 스칠 때마다 내가 고개를 움츠리면 딸은
“엄마가 고개 숙일 필요가 있을까?” 하고 놀렸다.
“야~! 너나 나나 170센티 안 되긴 마찬가지거든~! 엄마 키 작다고 놀리냐.”
뭐 사람이 꼭 닿을까봐 움츠리는 게 아니지. 그냥 뭔가가 머리 위에 다가오면 다 본능적으로 그러는 거다.
아바나 T1 버스
이 10쿡짜리 T1버스, 5쿡짜리 T3 버스(요건 그냥 버스다. 천장에 올라가고 그런 건 아니고 코스도 좀 멀리 외곽으로 돈다), 모두 티켓을 들고 아무 데나, 아무 때나 내리고 다음 버스를 탈 수 있다. 그러니 동선을 미리 파악해 두었다고 타면 택시 타는 것보다 요긴하다. 내가 볼 때 아바나 관광 상품 중 최고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서울시티투어 버스’라고 있다고 한다. 혁명광장이며 말레콘이며 두루두루 눈팅해 놓고 ‘아바나여, 기다리라, 돌아와서 발도장을 찍어주마!’ 이렇게 마음 속으로 예약해놓고 우리는 이제 바라데로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