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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Jan 29. 2024

<<김헌의 그리스 로마 신화>> 모르는 게 참 많구나

오래전 아이들이 어렸을 때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만화책 시리즈가 집에 있었다. 아이들이 읽고 또 읽던 책이데 정작 나는 한 번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나에게는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라 여겼었다. 이번달 인문학모임 도서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정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는데 분명 한글로 쓰여 있는 글자가 외국어처럼 느껴질 정도로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들 같았다. 그래서 이 책을 먼저 읽어보려고 다시 도서관에 가서 빌려왔다.

이 책은 천지 창조로부터 신들의 탄생과 신들과 인간과의 얽히고설킨 이야기와 전쟁 이야기가지 정말 방대한 내용을 알차게 담고 있었다. 적어 가며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읽었다. 그동안 이름만 많이 들었거나 혹은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신들의 이름의 유래와 그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조각 퍼즐을 맞추듯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생각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동안 그리스 신들의 이름을 많이 이야기하며 살고 있었다. 별자리들의 이름이 붙은 유래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제우스에게 여신과 여인들이 많았다는 것, 생과 사의 경계인 스튁스 강, 트로이아 전쟁 최고의 전사 아킬레우스, 제우스의 벌로 인간의 종이 되기도 했던 바다의 신 포세이돈, 제우스의 고모이자 이모인 기억의 여신 므네모쉬네, 무사 여신의 딸이자 처녀의 얼굴과 새의 몸을 한 세이렌, 비올라를 연주한 음악의 신 아폴론,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난 아테나(로마 신화에서는 미네르바), 사람을 놀라게 한 판에서 나온 패닉, 아폴론과 판의 연주 대결과 판의 편을 들어 당나귀 귀가 된 황금손 미다스, 판 신의 사랑고백을 거절하고 나르키소스만 사랑하다 목소리만 남은 에코, 아테나 여신과 베 짜기 대결을 하다 거미가 된 아라크네 등 이 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한 번 읽었다고 다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읽었던 내용을 다른 곳에서 접하게 된다면 이 책을 읽기 전과는 다르게 반가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일리아스를 펼치니 그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들을 찾아가며 재미있게 읽기 시작했다. 저자가 이 책의 마지막에서도 말하고 중간에도 여러 번 언급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여러 가지 버전의 이야기들이 있으므로 자신이 읽은 것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니 그저 서양 문학의 뿌리가 되는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대해야겠다. 언젠가 파우스트를 읽었을 때 그리스 신화의 내용이 나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난다. 다시 읽으면 그때보다는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긴다.

신들과 초창기 사람들의 죽고 죽이고 속고 속이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신이든 당시 인간이든 요즘 세상과 사는 게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복수를 위해 가족도 처참히 짓밟고, 권력을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는 이들, 사랑을 빼앗기고 괴로워하거나 가족의 복수를 위해 죽음을 각오하는 등 세상사를 닮은 이야기들을 읽으며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좀 참지, 하는 안타까움도, 무모함에 혀를 내두르기도 하며 이야기에 쏙 빠져 읽었다. 한편 너무 많고 방대한 내용에 위압감을 느끼기도 했다. 내가 모르는 게 이렇게나 많았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사람은 책을 읽을수록 겸손해지나 보다.

이 책을 읽으니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서양 문학과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제라도 접하게 되어 다행스럽다.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를 한동안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FkczMLB-wno&t=19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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