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작년엔가 빌려와 무척 바빴던지 들고 다니며 앞부분만 조금 읽다가 반납했었다. 표지가 익숙하여 빌려온 기억은 나는데 내 블로그에 리뷰가 없는 걸 보니 끝까지 읽지 못한 것이었다. 이번에 다시 빌려와 버스로 이동하는 틈틈이 들고 다니며 재미있게 읽었다. 물건 하나마다에 얽힌 사연과 읽었던 책들, 그리고 자신의 심상이 담겨 있다. 다섯 개의 장에 달걀, 타자기, 손목시계를 비롯해 평소에 생각지도 않는 물건들, 귀이개, 손톱깎이, 심지어 샤워캡도 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당연히 연필, 지우개, 수첩과 같은 글쓰기 도구들이 아니었나 싶다.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당선되어 그동안 일곱 권의 책을 내었다고 되어 있었으나 나는 아직 한 권도 읽어본 일이 없다. 세상에는 책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 저자는 이 책을 ‘기대의 책’이라 부른다. 종이와 나무로 만들어진 거의 모든 사물을 좋아한다는 것이 나와 닮았다. 소설가의 눈에는 하찮아 보이는 작은 사물이 글감이 된다. 물건 하나씩으로 하나의 꼭지를 완성하 수 있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글 쓸 거리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고, 아무것도 아닌 것을 특별한 것으로 바꾸는 것은 시각의 차이임을 알 수 있다. 쓰고 싶은 게 없는 게 아니라 아직 유심히 관찰하고 찾아보지 않은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책 내용 중 <교양 물건>이라는 책에 나온다는 ‘행동유도성’이 의미심장하다. 연필을 보면 쓰고 싶어지고, 바구니를 보면 담고 싶어지는 것과 같은 어떤 행동을 유발하는 성질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수수한 공책 한 권을 머리맡에 두고 있으면 불현듯 글 쓰고 싶어질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나도 블루투스 키보드와 수첩을 항상 가방에 챙겨 넣는다. 언제 어디에서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 질지 모르니까. 그리고 노트북을 항상 가까이에 두자. 자꾸 보면 쓰고 싶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