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마음>> 밤을 보낸 희망 - 임이랑 산문집

by Kelly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제목과 지은이에 이끌려 이 책을 데리고 왔다. 요즘 도서관에 갈 때마다 걸신들린 사람처럼 책을 한아름씩 빌려온다. 책장 한 칸 가득 꽂아 놓고 한 권씩 빼서 읽다가 중간에 멈추거나 생각했던 책이 아니어서 그대로 반납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건 내용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이랑 님은 베이시스트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분인데 왜 이름에 끌렸을까? 내 블로그를 보니 2019년에 <아무튼, 식물>이라는 이랑 님의 책을 읽고 쓴 리뷰가 있었다. 밭이랑과 같은 이름의 이랑 님이 테라스에서 식물을 키우며 프리랜서의 게으름을 물리친다는 내용으로 써 둔 걸 보니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이 책을 읽고 아마 우리 집 화분 몇 개는 더 늘었던 것 같다.


이번 책은 음악가로, 작가로 느끼는 삶의 조각들을 엮은 것이었다. 한 달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느라 아침에도, 오후에도, 저녁에도 책을 붙잡고 있는 모습, 밤에 안 써지는 글을 쓰느라 머리를 싸매는 모습이 그려졌다. 어떤 분인가 하여 유튜브로 영상들을 찾아보았다. 인터뷰하는 영상이 있었다. 이 책 출간 소식 내용도 있었다. 연주를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랑 님의 하루.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한 사람의 여성이기도 한 그녀는 사람들에게 때로 상처받고, 상처를 주기도 하며 하루하루를 즐겁지만 우울함도 느끼며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이었다. 왜 책의 제목을 밤의 마음이라고 했을까 생각해 보니 책의 내용 중 밝은 것도 있지만 불안하거나 우울하거나 슬프거나 한 부분이 상당하다. 그것은 아마도 아침보다는 밤에 어울리는 정서이니까 밤의 마음이라 지은 게 아닐까? 밤이니까 표지는 색이 없는 회색을 띠고 있다. 검정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여러 권의 책을 낸 저자는 독자들로부터 계속 많이 써 달라는 말을 들을 때 기뻐한다. 아직 책 한 권을 낸 나를 비롯하여 아마도 대부분의 저자가 느끼는 바일 것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후후 불고 주섬주섬 주머니에 넣어 수집한다’는 말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나도 딱 그런 마음을 느꼈기 때문에.


책을 쓰는 일 말고도 항상 글을 읽고 쓰는 일을 하시나 보다. 글 쓰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이다. <아무튼, 식물>이라는 책을 읽고는 그녀의 테라스가 부러웠는데 이 책을 읽고는 2층에 작업실이 있다는 말이 부러워졌다. 그녀의 집이 궁금하고, 집에서 무얼 하는지 궁금하다. 순수한 팬심으로 그녀와 이야기 나누고 집에 초대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녀의 슬픔이나 아픔을 천방지축 긍정의 기운으로 위로하고 싶다는 오지랖까지 발휘해 본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날을 꿈꾼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말미에 있다. ‘어서 내일의 해가 떴으면 좋겠다. 새롭게 긴 글을 쓰고 피아노를 두드리며 신기한 멜로디를 지어내고 싶다. 이젠 밤에 긴 작업을 시작하지 않는다.’(265쪽)라는 세 문장이다. 어둡고 긴 밤의 터널을 지나 그녀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기는 것 같은 마음이었다. 그녀가 키우는 식물 친구들과 함께 특별히 싱그러운 봄을 맞기를 바란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2LQmZlr5q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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